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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조선의 K방역 “코로 사악함 든다, 약재 태우니 맡으라”
코로나 같은 열병 예방위해 임금 주재 방역행사
인삼·산삼 주성분인 청심환,안신환,소합환 태워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고려·조선시대에도, 코를 통해 사악한 기운이 출입한다고 여겼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있었다. 바로 온역(溫疫) 열병이다.

최소한 고려때 부터 우리 선조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귀한 약재들을 태워 여러 사람이 맡게 하는 풍속을 행했다.

조선후기에 이르러서는 연말연시 신성벽온단(神聖辟瘟丹) 태우기(또는 복용하기)라는 이름으로, 임금이 주재하는 공식 행사로 승격했다.

우리 조상들은 온역의 전염이 ‘코를 통한 사악한 기운(邪氣)의 출입’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온역을 예방하는 방법인 ‘벽온(辟瘟)’은 코를 통해 이루어졌고, 약재를 태워 향을 맡는 것이 중요한 방역 비책 중 하나였다.

이는 동의보감에서도 온역의 예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복용하는 것도 방법인데, 연기를 피워 맡게 하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방역의 효과가 도달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벽온단의 기원은 이규보(1168~1241)의 시(詩) 등을 통해 이미 고려시대에도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신성벽온단’은 섣달그믐에 궁중에서 제조된 납약(臘藥)인데, 조선후기엔 임금 주재로 새해 첫날 이 신성벽온단을 태워 국가의 평안과 백성의 건강을 기원했다.

납약은 한해가 저무는 섣달(음력12월) 내의원에서 임금에게 지어올리는 여러 가지 환약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심환(淸心丸)·안신환(安神丸)·소합환(蘇合丸) 등이다. 산삼-인삼계열이 이들 환약의 핵심 성분이다.

청심환은 소화불량이나 정신적 장애 치료에, 소합환은 곽란(내과장기의 혼란과 구토,설사 등)을 다스리는 데, 안신환은 열병 치료에 쓰였다.

임금은 내의원으로부터 납약을 받으면 섣달에 왕실 가족과 신하들에게 나눠주고 따로 일부를 남겨두었다가 코를 통해 사악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냄새를 맡아 예방할 수 있도록 야외에서 태운 것이다.

임금의 평균수명은 평민 보다도 짧았다. 외롭고, 고뇌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자리인 것이다. 고려시대 시작된 대중적 열병 방역프로그램은 조선후기 들어 임금이 주재하는 대국민 방역 ‘신성 벽온단 태우기’로 정착했다. 코로 약재냄새를 흡입하며 코로나같은 감염병을 막자는 취지인데, 동의보감이 과학적으로 효능을 인증한 처방이다. 백성의 건강은 임금에게 최대의 치적이었다. 사진은 궁중문화축전 중 임금 역을 맡은 배우의 독창.

일종의 의례, 풍속인데, 과학적 근거를 가진 대중 처방이기도 했다. 하수민 학예연구원은 ‘조선후기 온역과 궁중 세시풍속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의료학과 민속학을 융복합적으로 고찰했다.

나쁜 병원균을 막기 위한 오늘날 마스크 착용, 좋은 약기운을 미리 흡입하는 고려·조선의 벽온단 태우기를 비교해 보기도 했다. 조선의 K방역을 되짚어 본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하 연구원의 이 논문을 포함하는 학술논문집 민속학연구 47호를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심사를 거쳐 세시 관련 2편, 신앙 관련 2편, 의례 관련 1편, 민속문학 관련 1편, 민속예술 관련 2편, 박물관 교육 관련 1편 등 9편의 논문이 게재됐다.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기 위해서 ‘좀생이별 보기와 달점치기’를 통해 천문을 살피던 풍습을 민속학과 천문학 두 학문을 연계하여 분석한 연구(김태우, 민병희)도 주목할 만하다. 두 학문의 융복합적인 연구를 통해 민(民)에서 이루어졌던 점복 주술이 생활경험을 바탕으로 한 과학임을 증명한 논문으로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민화 중에서 전형적인 양반의 문화예술 소재를 훗날 백성들이 풍자용으로 패러디한 점을 밝혀낸 장계수의 연구도 눈에 띈다. 조선 후기 민화에서는 소상팔경도의 한 부분인 ‘소상야우(瀟湘夜雨)’가 강변에 내리는 비를 묘사한 것에서 피눈물로 얼룩진 대나무를 그리는 것으로 그림이 바뀌었는데, 왕실과 사대부들이 향유 하던 ‘소상팔경’ 문화가 서민들이 즐겨보던 고전소설, 민화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학술지는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발간자료원문검색 서비스와 한국학술지인용색인사이트, 학술자료검색사이트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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