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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투자, 바이오·ICT·유통 쏠림 뚜렷”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분석
코로나로 비대면 산업 성장 영향
10년동안 투자비중 2~4배 늘어
소부장-제조업은 ‘반토막’ 대조적
규제 등 부담에 제조업 위기 심각

지난 10년간 벤처캐피탈(VC) 투자는 바이오·ICT·유통 세 분야 쏠림이 뚜렸했다. 최근 정부가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소재·부품·장비나 일반제조업 분야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투자시장에서도 읽히고 있는 것이다.

7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분석한 VC 시장동향 중 ‘업종별 신규투자 비중’에 따르면, ICT서비스와 바이오, 유통 분야는 지난 10년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증가했다.

신규투자 중 ICT서비스 비중은 2010년 7.4%, 2013년 11.5%, 2017년 21.6%로 증가하더니 지난 9월 기준으로는 25.6%까지 늘었다. 비중만 보면 3.5배 늘어났다.

유통·서비스 분야는 2010년 8.7%였던 비중이 지난 9월 기준 17.2%로 2배 증가했다.

바이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바이오 투자비중은 10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0년 7.7%에 불과했던 것이 2013년 10%를 넘어서더니 2018년 24.6%, 지난해 25.9% 등 계속 성장해 9월에는 27%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소재·부품·장비 분야인 기계·장비나 화학·소재에 대한 신규투자 비중은 반토막.

전기/기계/장비 분야의 신규투자는 2010년 19.6%, 2014년 9.5%로 하락했고, 지난해는 4.8%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올해 9월 6.7%로 다소 올라왔다. 화학·소재 분야도 신규투자는 2010년 9.8%, 2014년 7.1%로 떨어지더니 2018년 3.9%, 지난해 2.8%까지 내려왔다. 올해 9월 기준으로도 4.5%다.

ICT도 뜯어보면 서비스와 제조가 명암이 갈린다. ICT제조 분야의 2010년 신규투자는 17.0%였으나 2015년 7.0%까지 떨어졌고, 지난해는 3.5%에 불과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는 4.2%.

ICT서비스, 바이오, 유통·서비스의 약진은 4차 산업혁명 추세를 반영한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모바일 중심으로 비대면경제가 급성장하며 다양한 ICT서비스 수요가 높아졌다. 유통 역시 배송·중개서비스 등과 결합되면서 다양한 플랫폼이 탄생해 기존 유통시장을 흔들었다. 바이오는 최근 코로나19로 급성장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비대면이나 ICT로 가는 투자가 많다 보니 언택트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의 위치가 더 공고해졌다. 특히, e-커머스 회사들은 올해 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매출이 최소 2배 늘었을 정도”라며 “비대면화가 업계도 놀랄만큼 빨라졌다”고 전했다.

정책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소재·부품·장비의 부진은 눈여겨볼 대목. 제조업이라는 부담 때문이란 게 VC업계의 전언이다. 한 VC 대표는 “매년 꾸준히 20%씩 성장하는 기업이라도 건실하게 보이겠지만 VC에는 매력적이지 않다. VC는 엑시트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5~6년 사이에 2배, 3배씩 고성장하는 업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제조업은 VC와 잘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제조업에서는 아무리 건실한 업체라 해도 ‘퀀텀점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건비나 각종 규제 등 국내 제조업들이 처한 현실도 투자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VC 관계자는 “개정 화평법, 산안법처럼 선진국보다 규제가 더 까다로운데 어떻게 투자자들이 제조업에 돈을 대겠는가. 당장 주 52시간제도 내년 1월부터 시작인데 기업들이 아무리 우량하다 해도 이익보단 비용문제가 먼저 고려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하는 소부장 분야는 사정이 낫겠지만, 일반 제조업의 투자외면은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지난해부터 국산화 수요가 커지면서 정책적 지원이 있다 보니, 코로나19가 끝나면 소부장 분야에 대한 투자는 다소 늘어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일반 제조쪽은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향후 투자비중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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