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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그때는 못하고 지금은 할 수 있다

‘행정업무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때그때 달라지는 시대적 요청과 시민의 요구에 잘 대응해나가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하곤 했다. 그런데 원론적인 답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시장을 비롯한 상급자의 성향이나 일의 특성, 주변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던 것 같다. 더욱이 잘한 정책의 기준 역시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것이다.

며칠 전 약속이 있어 학교에서 서대문역 근처 약속장소를 가기 위해 ‘따릉이’를 이용했다. 시립대에서 도심을 가려면 청계천변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를 이용하는데 마침 그때 그곳은 자전거도로를 개량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시절 종로 중앙차로공사와 함께 도심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었다. 종로에 양 방향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기에는 차로 폭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한쪽으로만 설치하게 됐다. 이것마저도 일부 구간은 중앙선을 이동해 공간을 만들고, 일부 구간은 자전거겸용도로를 만들었다. 대신 동대문에서 도심으로는 청계천변의 차로를 이용해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함으로써 세종대로사거리에서 동대문을 거쳐 청계천을 통해 다시 세종대로로 돌아오는 순환형 자전거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청계천변의 일부 구간 역시 차로 폭의 부족과 인근 상가들의 민원으로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청계천변의 가로수를 제거해 자전거도로를 확보하는 문제를 심각히 고려했다. 그러나 가로수를 제거하는 것은 녹지의 축소라는 또 다른 민원을 유발하게 돼 결국 일부 구간에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아닌 자전거우선도로를 만들었다.

이렇게 어렵게 종로와 청계천변의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었지만 많은 질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질책의 하나는 ‘왜 가뜩이나 차량소통이 어려운 종로에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드느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왕에 만들 바에는 차로 폭을 더 줄여 여유로운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청계천변은 가로수를 제거해서라도 연결성과 안전성을 높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직접 따릉이를 타고 종로와 청계천의 자전거도로를 여러 번 다녀본 결과, 결코 자전거도로의 폭이 좁지 않았다. 일부 구간은 단절되고 폭이 좁기도 하지만 당시 여건에 맞는 자전거도로의 설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자전거도로 이용객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자전거전용도로라는 이점 때문에 좀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여러 질책에도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진행 중인 청계천변 자전거전용도로 개량공사는 좁은 구간에 과감히 가로수를 없애 자전거도로 폭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것 같다. 특히 차로 높이에서 보도 높이로 만들어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도심에서 외곽 방향으로의 자전거도로도 청계천변에 만들어 청계천 순환형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청계천변 가로수 제거를 과감히 추진하는 것을 보면 그때는 못하고 지금은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면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어느 영화 제목이 갑자기 생각난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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