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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택트 시대’ 공연계, IT와 만나다
‘위드 코로나’ 시대 자구책 찾는 공연계
5G, VR 등 IT 만나며 ‘공연 영상화’ 날개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이 5G와 만나 코로나19 시대에 한 차원 높아진 공연 영상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카메라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을 따라갔다. 멀리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던 피아니스트의 손끝이 건반 위로 힘있게 안착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클로즈업된 화면을 가득 메운 임동혁의 표정은 생생했다. 공연장에서와는 또 다른 감동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모습, 명료하게 움직이는 정치용 지휘자의 손, 팀파니의 미세한 떨림까지 영상은 놓치지 않았다.

공연계와 IT가 만났다. 현장에서 만나는 것이 익숙했던 클래식, 연극은 코로나19로 한층 가까워진 ‘언택트 시대’를 지내며 저마다의 자구책을 찾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공연계는 올 한해 ‘공연 영상화’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공연과 IT가 만나자 현장 공연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연 영상’이 나오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최근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웨이브에 클래식 음악회 시리즈 ‘온:클래식’을 선보이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 연주자 클로즈업, 악기마다 따로 듣는 오케스트라=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새 길’을 개척했다. 박선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는 “코로나19 시대에 오케스트라와 클래식에 최적화된 ‘공연 영상화’를 찾기 위해 깊은 고민과 시도를 거듭했다”며 “급변화된 공연 환경에서 클래식 음악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일단 국내 오케스트라로는 처음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 진출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최근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웨이브에 클래식 음악회 시리즈 ‘온:클래식’을 선보였다.

11대의 카메라와 40대의 마이크가 담아낸 오케스트라와 임동혁의 협연은 멀티뷰와 멀티오디오 기술이 적용, 골라보고 골라듣는 재미가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 따르면 영상은 5G 기술을 도입해 촬영했다. 11대의 카메라와 40대의 마이크가 담아낸 오케스트라와 임동혁의 협연은 일반적인 공연 영상이 아니다. 멀티뷰와 멀티오디오 기술이 적용, 골라보는 재미와 골라듣는 재미가 있다. 현재 온라인 공연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K팝을 비롯한 대중음악에서 시도하는 방식이 순수예술로 구현됐다.

정적인 클래식 공연이 첨단 기술과 만나자 색다른 재미를 입었다. 멀티뷰 기술이 적용되자 공연은 총 7개의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디렉터스컷, 지휘자, 피아니스트, 현악·관악 파트 , 객석, 전문가 해설 등 일곱 시점의 멀티뷰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에서 좋아하는 멤버별로 선택해서 관람하는 방식과 같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관계자는 “라이브 공연에서도 놓칠 수 있는 장면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며 “원하는 화면만 모아볼 수 있는 분할 화면 선택과 화면을 최대 4배까지 확대하는 기능 등 첨단IT 기술이 더해져 능동적인 공연영상 관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멀티오디오의 구현을 통해 특정 연주자와 파트의 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재미다. 하나의 소리로 어우러진 오케스트라를 특정 악기와 연주자의 선율만 들을 수 있는 점은 ‘라이브러리형 콘텐츠’로의 활용 가치도 높인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관계자는 “지휘자가 듣는 소리와 객석에서 듣는 소리의 차이, 현과 관악기 소리 등 각각의 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운드 경험을 제공해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관현악의 묘미를 발견하게 한다”고 말했다. 영상으로 전해지는 소리이지만, 음향은 최진 톤마이스터(녹음감독)이 담당해 정교하게 조율됐다. 이 영상은 VOD로도 판매, 클래식 음악의 유료화 가능성도 시험한다.

한 가운데 360도 VR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 중인 '이솝우화' [마포문화재단 제공]

▶ VR과 만난 클래식, 연극=VR(가상현실)과 만난 콘텐츠도 있다.

안방1열에서 VR 연극을 만난다는 것도 색다른 매력이다. 마포문화재단과 상주예술단체 공상집단 뚱딴지는 마포문화재단 유튜브를 통해 가족음악극 ‘이솝우화’를 VR 콘텐츠로 선보이고 있다. ‘이솝우화’는 마포의 명소인 난지천공원, 서울함공원과 마포아트센터를 배경으로 VR 전용 카메라로 촬영, 360도 다양한 각도에서 공연을 담아냈다. VR 카메라를 중앙에 놓고 촬영하는 만큼 배우의 동선도 다시 연출해 콘텐츠로 제작했다.

'이솝우화' [마포문화재단 제공]

마포문화재단 측은 “기존의 공연 영상 콘텐츠보다 시선의 폭이 넓어졌다”라며 “관객은 휴대기기를 움직이며 카메라의 시점이 아닌 직접 보고 싶은 부분을 자유롭게 회전시키며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문화재단의 시그니처인 스테이지 투어 형식의 공연에 VR이 도입됐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특별 도슨트이자 연주자로 참여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문화재단은 LG유플러스와 손 잡고 VR콘텐츠를 선보인다. 롯데문화재단의 시그니처인 ‘스테이지 투어’ 형식의 공연에 VR로 도입해 업그레이드했다. 스테이지 투어를 통해 관객들이 공연장 내부를 둘러보고, 콘서트홀의 구조와 특징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공연이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오르가니스트 박준호가 특별 도슨트 겸 연주자로 공연을 이끈다. 선우예권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C장조와 아르카디 보로도스가 편곡한 ‘터키 행진곡’을, 박준호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연주한다.

롯데문화재단 관계자는 “클래식 공연 관람에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비대면 공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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