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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비 미흡한데 2050년 탄소제로 정부 나홀로 '속도전'
부처 장관들 이달에만 세차례 탄소중립 회의 논의
탄소중립 목표 당초 2072년→2050년 앞당기면서 논의 부족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이달에만 세 차례 탄소중립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급진적인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목표지만 정작 산업계나 국민들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부처별 추진 방안을 보고받았다. 이달에만 벌써 세 번째 회의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과 25일에도 각각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환경부, 산업통산자원부 등 관계장관들은 연이은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단기간 내 같은 안건으로 이렇게 많은 회의가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LEDS를 연내 완성하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내달 셋째 주 국무회의에서 LEDS 최종안을 의결해 유엔(UN)에 제출할 계획이다. 2017년 대비 24.4%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함께 제출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워낙 부문별 과제 양이 방대해 회의를 여러 번 열 수 밖에 없었다"며 "LEDS 정부안 수립 마무리 단계인 만큼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LEDS는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 보고서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 더 이상 온실가스가 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넷제로'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 7억톤(세계 7위)에서 30년 후 '0'으로 만들겠다고 국제사회에 공개 약속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일이다. 경유차는 판매 금지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무공해차만 탈 수 있다. 점진적인 경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집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 심지어 열 에너지까지 전기에서 얻어야 한다. 전 사회의 ‘전기화'로 가려면 현 생산 전력량의 2.55배가 필요하다. 석탄 발전 비중은 0%로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현행 5%에서 65~80%로 높여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갑자기 탄소제로 목표를 당초 2072년에서 2050년으로 대폭 앞당겼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달성하기 어려울 만큼 무리한 목표치다. 이때 산업계나 국민의 공감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정부 나홀로 논의하는 모양새다.

손양훈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탄소중립은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과학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 정치나 이념에 따라 목표가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발전은 아직 미약한 수준으로 수소에너지를 만들 때도 LNG를 사용해 온실가스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탈원전을 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허상"이라고 덧붙였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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