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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경제 2020 제약·바이오포럼]“백신 개발, 미션은 성공했지만…더 중요한 건 공평한 분배”
제롬 김 국제백신硏 사무총장 기조연설
美 등 200억弗 이상 투자 개발 가속도
내년 초에 4개 정도의 백신 공급 가능
RNA 기반 백신도 신속개발 가능 입증
분배격차 해소 감염병혁신연합 역할 기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헤럴드경제 2020 제약바이오포럼’이 열린 가운데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제 막 서막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백신이라는 무기를 손에 넣을 것이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가 중요합니다”

지난 25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0 제약바이오포럼’에서 제롬 김(Jerome H. Kim)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How far the development of a vaccine for Covid-19 progressed?)’라는 주제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이를 누가, 어떤 순서에 의해 맞아야 하는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이니셔티브로 1997년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로 본사는 서울에 있다. 전 세계 공중 보건을 위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예일대 의대를 졸업한 김 사무총장은 백신 평가 및 개발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백신의 기초연구에서 후기 임상개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과학적 경험을 갖고 있다.

▶9~12개월로 단축된 백신 개발…불가능이 현실로=김 사무총장은 “지난 해 크리스마스 때만 하더라도 일 년 뒤 이런 장면을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며 “지난 해 12월 31일 처음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 년도 되지 않은 지금 6000만명이 넘는 확진자와 10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에게 큰 시련으로 다가왔지만 그 중 백신 개발자들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보통 5~10년의 기간이 필요한 백신 개발을 9~12개월로 단축시켜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균 93%의 실패율을 가진 백신 개발이라는 것은 성공 확률이 매우 희박한 불가능한 미션에 가깝다.

김 사무총장은 “하지만 이런 불가능할 것만 같던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11월 중순까지 4개 회사가 놀라운 속도로 백신 개발을 진행해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해 냈다”고 말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텍은 공동 개발한 백신의 예방효과가 95%라고 밝혔고, 모더나도 임상에서 94.5%라는 높은 예방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기업 가말리아도 92%,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예방효과도 70%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어떻게 5~10년이 걸리던 백신을 6~12개월 만에 개발해낼 수 있었을까. 김 사무총장은 “백신 개발의 가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례없이 투자(펀딩)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며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을 위해 180억달러를 투자했고 감염병혁신연합(CEPI)은 14억달러를 투자하며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투자로 인해 약 182개의 백신 후보물질 중 일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예방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개발한 백신은 RNA 기반 백신인데 그 동안 RNA에 기반한 백신은 개발이 빠를 수 없다고 했지만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이 어렵다는 추측이 많았는데 이번 팬데믹을 통해 이런 것이 해소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백신에서는 중화항체라는 것이 중요한 키포인트다. 중화항체란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했을 때 질병(감염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즉 중화항체 역가(titer)가 높을수록 예방효과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각 백신 개발사가 밝힌바에 따르면 칸시노·시노벡·가말리야 백신의 역가는 100 미만, 존슨앤존슨·시노팜·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의 역가는 100~500 사이, 모더나·노바벡스 백신의 역가는 10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에게 먼저, 어떻게 맞이느냐가 중용한 문제”=김 사무총장은 특히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이를 누구에게 먼저, 어떻게 맞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만약 예방효과가 있고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전 세계 인구가 백신을 맞기 위해서는 160억도즈(병)가 생산되어야 한다”며 “백신을 어떻게 분포하고 공급할 것이냐, 부국과 빈국에 어떻게 나눌 것이며 배송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은 또 하나의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이어서 “백신은 기술에 불과할 뿐 백신이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맞아야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vaccine don‘t save lives, vaccination does)”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곳이 ’감염병혁신연합(CEPI)이라고 했다. CEPI는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2017년 출범한 보건 전문 기구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총 9개 백신 후보물질 개발을 지원 중이다. 한국도 최근 CEPI에 가입해 매년 3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CEPI에 따르면 백신의 연간 생산량은 20~40억도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2024년에도 전 세계에 백신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의 비롯한 190개국은 코벡스(COVAX, 백신 공동구매를 위한 다국적 연합체)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그럼에도 미국, 서유럽 등 부국에 속하는 국가들은 자국민들을 위한 별도의 백신 구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이런 나라들은 88억도즈 물량의 백신을 사전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부유한 국가가 백신을 다 가져가게 되면 전 세계 코로나 사망률은 2배 이상이 될 것”이라며 백신 접근에 있어 어떤 격차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 2006년에 승인된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예로 들며 “2012년까지 전 세계 아동의 60%가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맞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의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미정이다. 문제는 백신의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수십억병을 생산해야 공평하고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200억달러가 넘게 투자되면서 개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이제 더 중요해진 질문은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를 지켜내는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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