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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텔스·포타포티·차크닉 ‘차박’ 성지된 대한민국…왜 차박을 떠나십니까?
비자발적 집콕에 스트레스 ↑
차박, 새로운 힐링수단 각광
‘언제든 떠난다’…현대인에 위안
관련 영상도 힐링 콘텐츠로 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여행 방식으로 부상한 '차박(자동차+숙박)'을 주제로 한 경북도 차박 페스타의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국내 최대 차박(차에서 숙박하는 것) 커뮤니티로 꼽히는 네이버 카페 ‘차박캠핑클럽’ 회원수는 최근 20만명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지난 3월에는 9만명에 그쳤었다. 불과 8개월여만에 10만명 넘게 늘었다. 하루에 올라오는 게시글만 400~500개에 달한다.

인스타그램도 온통 차박 얘기다. #차박 관련 게시물은 27만3000개, #차박캠핑도 13만6000개가 넘는다. 이외에 #차박성지 #차박여행 #차박텐트 #차박요리 #차박이 등등 ‘차박’을 키워드로 한 게시물이 넘쳐난다. ‘바퀴달린 집’ ‘나는 차였어’ 같은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차박 관련 프로그램도 TV와 유뷰브를 점령하고 있다.

전국 팔도가 ‘차박 성지’가 되고 있다. 차박이, 캠린이(캠핑+어린이), 헤비차박이 등등 오늘도 차박을 떠난다. 사람들은 왜 구태여 차박을 떠나고 있는 것일까?

때아닌 차박 홀릭은 코로나19와 무관치 않다. 한 때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 개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집콕’이 재충전 수단이 됐다면,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이에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차박이 코로나 시대에 최적화된 ‘힐링’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돌아보면 코로나 확산 전에도 집콕 트렌드는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자발적, 지금은 비자발적이라는 점이다. 학교와 직장 등에서 온종일 타인들과 대면하다가 주말이 되면 집에 틀어박혀 밀린 드라마나 웹툰을 보며 힐링 시간을 가지는 이들이 많았다. 홈족, 홈루덴스(홈+놀이)족과 같은 신조어가 부상하기도 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미세먼지 공포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집콕 문화는 더욱 탄력받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차콕 시승' 홍보 이미지. [사진=현대모터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는 ‘집콕’을 비자발적으로 돌려 놓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료함을 달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때우거나 비즈공예와 같은 취미생활에 빠져들었다. 수천번 휘저어야 완성된다는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비자발적 집콕은 더이상 즐겁지 만은 않았다. 집 안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여행할 날에 대한 그리움은 쌓여만 갔다.

낯선 환경이 주는 생경함과 목적지에 이르렀을 때의 성취감 등에 대한 갈망도 커져만 가고 있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실내 여가활동이 더 이상 힐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호텔과 콘도 등 다중이 이용하는 숙박시설은 여행의 목적지가 되지 못한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낯선 타인과의 접촉을 끊고,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오롯이 개인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이 ‘비자발적 집콕’으로부터의 탈출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차박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차박이 일반 캠핑이나 글램핑과 차별화된 점 중 하나는 캠핑장이나 카라반 등을 사전 예약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차가 곧 쉼터이자 숙소이기 때문이다. 이 점이 답답한 일상에서 오늘이라도 당장 벗어날 수 있다는 위안을 준다. 차박의 유연함이다.

4만여 팔로어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 ‘차박에미치다’ 운영자는 “차량만 가지고 최소의 짐만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다보니 차박 뿐 아니라 ‘차크닉’, ‘카크닉’이라는 키워드도 생겨났다”며 “숙박 뿐 아니라 캠핑장비 구입 등 비용을 줄이면서도 일출 및 노을 감상, 불멍 등으로 힐링이 되는 미니멀하고도 액티비티한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차박 열풍에 관련 콘텐츠도 새로운 힐링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튜브에선 최근 먹방이나 쿡방보다 차박 영상이 더 인기를 끈다. 실제 차박을 위한 팁을 얻고자 관련 영상을 감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을 만끽하는 차박족의 모습에 대리만족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차박 명소를 추천하는 부부 ‘차박러’의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130만건에 달한다. 또 나홀로 차박 캠핑을 즐기는 영상들도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내일이라도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여행 계획을 취소할 수 밖에 없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며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차박은 유연함이 크다는 점에서 경쟁력 있는 여가 활동이자 힐링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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