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비즈] 주택건설도 이젠 스마트하게 모듈러로 짓자

우리나라의 건설업은 다른 첨단 산업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신규 인력 유입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능 수준 저하, 기능인력 고령화 및 숙련공 부족 문제 등으로 기존과 같은 현장 생산에 의존하기 어려워져 건설업도 공장 생산 방식의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건설업의 55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60% 수준이다. 2015년 기준 국내의 건설업 노동생산성지수(MGI)는 18.7로, 스페인(42.9), 프랑스(37.1), 독일(32.1) 및 영국(30.4) 등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단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의 세계 경쟁력은 2016년 6위, 2017년 9위에서 2018년 12위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여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일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설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 기존 현장 생산 중심의 공법과 기술을 공장 생산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 기술을 접목해 건설자동화로 생산성을 혁신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최근 이러한 혁신을 위한 준비 및 시도가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며, 주택 분야의 대표적인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모듈러(Modular) 공법을 주택 건설에 적용하는 시도를 확산해나가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세대를 구성하는 침실·거 실·주방·화장실 등이 포함된 유닛(unit)을 공장에서 70~80%가량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반·설치·,조립해 완성하는 공업화 주택이다.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일반주택과 달리 공장 생산 주택은 날씨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으며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을 줄여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

현장 중심의 사업환경 악화로 품질·안전·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외에도 건설업계가 모듈러 건축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효율성 때문이다. 미국 카테라(Katerra)의 경우 공장 생산과 운반 과정, 건축 현장을 연결하는 인테그레티드 팩토리(Integrated Factory) 모델을 구축해 건축의 속도·정밀도·협업·품질 등을 향상시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영국·호주·싱가포르 등에선 모듈러 건축의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최근 중·고층 모듈러 건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착공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32층 규모 모듈러 임대주택 ‘B2 BKLYN’이 이슈화되면서 영국에서는 런던에 29층짜리 아펙스하우시스(APEX Houses)가 2017년에 건축됐고, 호주도 44층 고층형 모듈러 아파트 라트로브타워(La Trobe Tower)가 2016년 완공됐다.

이러한 선진 사례에도 국내 모듈러 주택 건설 실적은 매우 미흡하다. 건물 규모도 6층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모듈러 주택의 활성화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이다.

모듈러 주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발주물량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수 있을 생산자의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수적이다.

물론 불확실한 미래 시장을 보고 선행 투자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며, 아직 기술 기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건설업에 모듈러 건축은 하나의 대안으로 충분하다. 올해 국책사업으로 국내 최초로 13층 이상 모듈러 주택 실증사업이 첫삽을 뜨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시도에 힘입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도 고층 모듈러 주택 건설기술을 확보한 국가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천영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건설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