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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배송 싸움이 콘텐츠 경쟁으로…e커머스, 판 바뀐다
물류 효율성 높이려 몸집 확대
채널간 융합…온·오프 통합까지
웹툰·음악 등 종합 플랫폼 진화

KT·SK텔레콤 등 통신사도 참전
기업간 합종연횡으로 경쟁력 강화

유통업계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그간 유통업계의 경쟁은 온라인몰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정도였다면, 이제는 자사의 모바일 앱(App)이나 홈페이지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 이에 과거처럼 가격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 구색을 위한 채널 융합과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효율화, 동영상·웹툰과 같은 양질의 콘텐츠 확보 등 신경써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덕분에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이어 SK텔레콤, KT 등 통신사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 “몸집 키워 효율성 높여라”…채널간 융합 본격화=최근 유통업계의 핫 이슈 중에 하나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이었다. 그간 롯데쇼핑이 롯데온을 론칭하면서 각 계열사가 보유한 채널을 융합하는 노력을 해온 사례는 있었지만, 편의점·홈쇼핑·슈퍼 등 특성이 다른 판매 채널을 한 회사로 합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GS가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이유는 딱 하나다. 흩어져 있던 유통 채널을 하나로 합쳐 GS만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다. GS의 어떤 플랫폼에 들어와도 고객들이 GS가 취급하는 모든 상품을 간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게 GS의 목표다. 몸집이 커지면서 물류나 상품 소싱(Sourcing)의 효율성이 향상되는 것은 사실 덤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은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 내에서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 작업을 해왔다면, 이제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SSG닷컴의 대표를 겸직시키면서 온·오프라인 통합까지 노리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액이 절반 가량 차지하는 상황에서 온·오프라인을 분리해서는 효율을 내기 어렵다는 게 그룹 내부의 시각이다.

▶쇼핑 외에 동영상·웹툰·배달도…종합 플랫폼으로 진화=몸집을 키워 플랫폼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다양한 콘텐츠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노력도 한다. 자사의 플랫폼에서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객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같은 시장의 변화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온라인 커머스 사업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서 생긴 트렌드다. 그간 빅테크 기업들은 검색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사용자들의 이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동영상이나 웹툰, 음악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해왔다. 온라인 쇼핑 역시 이런 맥락에서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제품이 소비자에게 건내기까지를 뜻하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 서비스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유통업계와의 경계가 아예 사라졌다.

기존의 유통업체들도 빅테크 기업의 공세에 당하고 있지만은 않고 있다. 쿠팡이나 위메프가 온라인 커머스 사업 외에 배달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히 쿠팡은 최근 싱가포르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훅디지털’ 인수와 ‘쿠팡 스트리밍’, ‘쿠팡 플레이’ 등 동영상 서비스 관련 상표권 출원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진출도 예고한 상황이다.

▶ “내가 못하면 남이라도”…기업간 합종연횡 심화=이렇게 온라인 커머스 개념이 확장하면서 고객들이 유통회사에 바라는 바도 많아졌다. 하지만 한 회사가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덕분에 전문 영역이 전혀 다른 대기업 간 합종연횡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네이버와 CJ의 전략적 제휴다. 이 제휴를 통해 네이버는 가장 약점으로 꼽혔던 물류를, CJ는 자사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했다. GS홈쇼핑 흡수 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GS리테일은 KT와 손잡았다. 모빌리티 회선에 강점이 있는 KT와 협력을 통해 최적화된 물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T 플랫폼 등 KT 기술이 GS리테일의 상품과 유통 노하우가 합쳐지면 신개념의 디지털 물류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는 모회사인 SK텔레콤을 통해 아마존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이는 특단을 내리기도 했다. 아마존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롤모델이자 잠재적 경쟁자로서 이미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네이버·쿠팡 등에 빼앗긴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강력한 경쟁자’와 손을 잡은 셈이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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