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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정원 여의도장어 대표 “장어, 치킨처럼 국민 사랑 받도록 만들겠다”
부산 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 200여평 공장 구축
수급 불안정해 대중화 어려운 장어요리 ‘편견’ 깨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올해 7개 직영점 열어
양정원 여의도장어 대표. [여의도장어 제공]
여의도장어 대표 메뉴인 ‘장어소반’. [여의도장어 제공]
여의도장어는 부산 서구 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 200여 평 공장을 구축해 오는 12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여의도장어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한 게 장어집입니다. 뛰어난 효능에도 장어는 대중화가 어려운 식자재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노력한다면 언젠가 장어도 치킨이나 스테이크와 같은 대중적 음식으로 환영받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30대 후반에 서울에서 멀쩡히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장어와 사랑에 푹 빠진 양정원(40) 여의도장어 대표. 양 대표는 최근 부산 서구 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 200여 평의 공장을 구축, 오는 12월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국내 장어업계 최초로 3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 입점에 성공한 것은 그가 1년여 만에 이룬 괄목할 만한 성과다.

양 대표는 장어가 여전히 대중적이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다른 생선과 다르게 양식에만 의존하는 민물장어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지에서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둘째, 장어는 단순히 ‘여름철 보양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주로 화로에 구워서 먹는 요리로 널리 알려져 있어 한철에 찾는 음식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 개선을 위해 최근 장어업계에서는 다양한 장어요리 레시피를 내놓고 있는 추세다.

셋째, 장어가 ‘남성들의 정력에 좋다’는 속설로 여성이나 어린이에게는 친근하지 못한 음식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생산지 대부분이 호남 지역에 밀집돼 있고, 들쑥날쑥한 가격 변동으로 인해 소, 돼지, 닭 등 다른 대중적 식자재에 비해 전국적 유통망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도 꼽았다.

양 대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장어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단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먼저 선택한 방법은 대중들에게 홍보 효과가 뛰어난 백화점에 식당을 열고 다양한 장어요리와 함께 관련 제품들을 비치, 판매하는 것이었다. 올해 5월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첫 인연을 시작으로, 9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입점까지 짧은 기간에 7개의 백화점 점포를 열었다.

양 대표는 “아직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못한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늘어나는 단골들과 장어요리를 배달시켜 먹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느끼는 보람과 재미로 힘을 내고 있다”며 웃었다.

양 대표는 현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본점까지 모두 8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가맹점이나 다른 지인들에게도 점포를 내주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었다.

“직접 여러 점포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가맹점 가운데 유독 장어요리 가맹점이 없는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민물장어는 소, 돼지, 닭처럼 매입 가격이 일정하지 않고, 심지어 외국에서라도 쉽게 들여 올 수 없습니다. 지난 6개월간 민물장어 매입 가격이 3배 가깝게 오르고 내리고 있지만 소비자 가격을 3배 올렸다 내릴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장어요리는 전국적인 가맹 사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장어의 수급을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유통 과정을 줄이려고 1억원의 보증금을 걸고 중도매인 자격을 받기도 했고, 전국을 돌며 수많은 양식장을 찾아 다녔지만 매입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결심한게 국내 최대 규모의 장어 양식장을 최첨단 시설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일정 품질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생산 환경을 내년 안에 마련할 생각이다. 이미 자금 조성 등 부지 확보를 마무리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 7월부터 부산 서구 감천항에 위치한 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 200여 평의 공장도 조성해 1차 가공에서부터 기본적인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12월 중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어묵기업인 효성어묵과 국내 최초로 장어 원물을 사용한 어묵을 개발해 출시한다. 편의점, 골프장 등에서 간편식 제품과 함께 일본 등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고급 장어어묵도 함께 내놓는다. 여의도장어 매장에서는 다른 대중적인 음식과 장어가 결합한 완당, 멘보샤, 굴림만두 등 ‘콜라보 요리’도 맛볼 수 있다고 양 대표는 강조했다.

“보양식의 대명사, 장어를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언제든 저렴하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대중요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양 대표의 포부다. 어쩌면 무모하게 보이는 그의 도전이 꼭 성공하길 서민들은 바라고 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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