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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재난주민에 세액 경감하려는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존중돼야

코로나19로 국가경제 전반이 어렵고 국민도 힘들어한다. 특히 영세사업자 및 저소득계층은 더욱 심각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여러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최근 일부 지방정부가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 경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혹은 상위기관의 제재로 지방정부의 노력이 장애를 겪고 있다.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면 안 되며 지방자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다.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국회에서 정하는 법률 등 각종 법령의 제한을 받는 한계도 있지만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기본적으로 보장된다.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정부의 관할권에 있는 주민 편의와 복리증진에 초점을 둬 주민의 의견을 받아 자율로 운영하는 기반이 밑받침돼 있다. 지방정부는 당해 주민이 재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경우에 직접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여러 지방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대자가 임대료를 내리면 임대자의 재산세를 감경해주는 조치도 취했다. 이에 대해 사회적 논란은 없다. 하지만 서울 서초구에서 코로나19의 재난에 대해 ‘공시가격 9억원 미만의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경감하려고 하니 상위기관인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다. 법령을 위배했고, 무주택자 등과 조세형평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서울시는 서초구에서 마련한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청했고, 서초구가 이를 거부하고 조례를 공표했다는 이유로 급기야 대법원 제소까지 했다고 한다. 최근 중앙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 미만의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 경감을 추진하는 것과 방향이 부합하지 않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서초구는 재산세의 각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해당 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납세자에게 과세고지를 했고 이에 따라 징수도 이미 9월에 완료했다. 이후 서초구는 코로나19 재난에 대해 ‘과세표준 9억원 미만의 1세대 1주택자’를 세액 경감 대상으로 잡고 해당 세율의 일부(25%)를 경감하고 환급해 주기로 했다. 그 근거는 지방세법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별한 재정수요나 재해 등의 발생으로 재산세의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의 표준세율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로 삼고 있다.

서울시는 “상위법인 지방세법에 없는 과세표준 구간을 조례에 만들어 재산세율을 조정하는 건 조세법률주의에 위반”이라고 봐 서초구 조례를 지방의회에서 재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서초구는 애초 조례를 공표했다. 이에 서울시는 대법원에 제소했으므로 대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지급 여부가 확정된다.

서초구는 재산세 과세 단계에서는 과세표준구간에 따라 재산세를 잘 부과했다. 단지 과세 후 코로나19를 재난 사유로 해 세액감면(세율경감)을 해줬고, 경감 대상 범위를 ‘과세표준 9억원 미만의 1세대 1주택자’로 했을 뿐이다. 이는 서초구가 과세표준 구간을 조례에 새로 만들어 재산세율을 조정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서초구의 세액 경감은 지방자치권의 일환으로 시행한 것이라는 면에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조례로 시행하는 조치들에 대해 불리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억제하고 좀 더 광범위하게 존중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는 각 지역주민의 편의와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중앙정부가 너무 간섭하면 소중한 지방자치는 훼손될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 전체에 도움이 될 것도 없다. 20여년 전에 어렵게 시작한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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