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윤석열 현상’이 여야에 던지는 통렬한 경고

차기 대권주자 순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마침내 1위에 올랐다. 한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지율 24.7%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22.2%), 이재명 경기도지사(18.4%)를 제쳤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절대다수(62%)를 사로잡았고, 지역별로는 충청이 33.8%로 가장 높았다.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30·40대, 호남 그리고 이념적으로 진보층에만 뒤졌을 뿐 고른 지지를 받았다.

현행 정치가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 정치권 바깥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른바 ‘000 현상’이다.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대쪽 판사’ 이회창, 행정의 달인 고건, 글로벌 리더십 반기문 등이 정치권으로 불려나와 한때 대권주자 1위를 찍었다.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다 핍박받는 고독한 검찰수장’으로 각인되면서 팬덤을 형성했다. “중상모략이라는 말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국회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답변은 권력에 굴하지 않는 사나이의 매력을 발산했다.

그래도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치 중립이 생명인 검찰의 수장이 진영논리에 영향을 받는 순위의 꼭대기에 올랐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윤석열 현상’의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정부·여당에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조국일가 입시비리, 추미애 장관 아들 병가논란, 탈원전 경제성 축소, 라임펀드, 검찰 특활비 등의 사안에서 보여준 ‘내로남불’과 오만함은 많은 국민의 혀를 차게 했다. 윤 총장을 타깃으로 한 추 장관의 인사권·수사지휘권·감찰권 남발은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비난을 사며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불렀다.

윤 총장도 정세균 총리의 말대로 자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대권주자에 오르내리는 것이 검찰의 중립성을 해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랬던 것처럼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강력 요청해야 한다. ‘퇴임 후 국민을 위한 봉사’ 언급으로 정치에 발을 담글 여지를 시사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여론 지지를 검찰개혁의 방패로 삼아서는 안 될 일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윤 총장이 야권 대표주자로 떠오른 현실에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내부에 여권의 차기 주자와 맞설 이렇다 할 후보조차 내놓지 못하는 무기력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권의 악수에 편승한 지지율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자체 발광력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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