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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사건관계자 정신병력’ 언론 유출 행위는 사생활 침해”
인권위 “해당 관행, 사생활·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해당”
경찰청장에 정신질환 정보 임의공개 관행 관련 의견 표명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사건 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경찰 관행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관행의 개선과 부득이한 경우 내부 심의를 거치는 등 관련 절차를 마련할 것을 경찰에 전달했다.

인권위는 개인의 민감 정보에 해당하는 정신 병력이 사건 관계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되, 공공의 이익 등을 이유로 부득이 공개해야 하는 경우 내부 심의를 거치는 등 관련 절차를 마련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6월 발생한 ‘창녕아동학대사건’ 등과 관련해 경찰이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사건 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대중에게 임의로 공개해 당사자의 사생활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정신질환이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 고정관념을 강화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같은 달 30일 접수했다. 해당 진정은 ‘인권위법’ 제32조 제1항 제7호(진정이 위원회가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따라 각하됐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의 개인 민감 정보 임의 공개에 대한 재발 방지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같은 법 제19조 제1호와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지난 9월 21일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서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인권에 관한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조사와 연구 및 그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권고 또는 의견을 표명(인권위법 제19조)하거나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 기관 등에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인권위법 제25조).

인권위는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라 건강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정보로서 특별히 더 보호돼야 할 ‘민감정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에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실의 공개는 타인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고, 본인이 승낙한 범위를 벗어나 국가에 의해 임의적으로 자신의 정신 병력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상황은 불쾌감 이상의 감정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며 “본인 동의 없이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와 관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경찰청의)경찰 수사 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4조(수사사건 등의 공개금지)와 제5조(예외적인 공개)는 신속히 범인을 검거해야 하거나, 유사 범죄 예방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한 권익 침해를 회복시켜야 하는 경우, 공공의 안전을 위해 그 대응 조치 등에 관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즉시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수사 사건 등의 공개가 가능하다”며 “그나마도 ‘개인의 신상 및 사생활에 관한 내용’은 공개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따라서 이미 검거가 완료돼 공공의 안전 우려가 소멸된 사건 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헌법 제17조가 보호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경찰청) 경찰 수사 사건 등 공보에 관한 규칙’ 등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해 사회 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를 당사자에게는 치료를 회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경찰 역시 개인 의료정보 공개로 인한 부당한 침해 또는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정당한 절차와 사유 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고 관련 절차를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질환자 등과 그 가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차별받은 정신질환자 등과 그 가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다. 정신질환자 등과 그 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도 해야 한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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