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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하듯 즐겨봐요, 지속가능한 미식”
취재할때 하루 5~10끼하며 공부
잊혀지는 지역 진짜맛 끄집어내려
직접 발로뛰며 찾는 일 가장 재밌어

‘지구를 위해 비건 하세요’ 강요안해
‘고기 두번 먹는 거 한번으로’ 어때요

베낭 하나를 둘러메고 각 지역을 떠돌면서 탐험한다. 대상은 오지가 아닌 ‘음식’이다. 음식탐험가 장민영은 누구에게나 로망인 ‘일=놀이’를 실현중이다. “직접 발로 뛰면서 그 지역의 음식을 찾아내는 일이 가장 재밌다”는 그이다. 하지만 음식을 즐기는 일은 ‘지속가능한 미식’이어야 한다는 남다른 신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놀이’처럼 전하고 싶은 것이 그의 목표이다. 최근에는 밀키트(meal-kit)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한국인이 잊었던 전통 음식과 한반도 토종 식재료를 대중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하겠다는 열정이 그 시작이었다.

음식탐험가가 맛 본 ‘한국인의 전통 밥상’

서울 종로구 ‘푸브먼트’(FOOVEMENT) 사무실에서 만난 장민영 기획실장은 여전히 음식에 대한 설렘이 가득차 보였다. 그는 숙대 전통식생활문화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후 KBS ‘한국인의 밥상’ 작가로 활동했다.

“취재를 할 때는 하루에 5끼~10끼 까지도 먹으면서 공부했어요. ‘뽈락 김치’처럼 각 지역의 어머니들이 만드는 음식은 예상보다 종류가 훨씬 많았고, 맛도 훌륭했어요. 하지만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식재료가 매우 한정적이고 종류는 획일화됐죠. 밤 버섯이나 솔버섯 등 향이 일품인 제철 식재료들은 몰라서 못먹는 경우가 많고, 동해 소털김(김 종류)이나 지충이(해조류)등은 더 이상 찾는 이들이 없어서 생산하지 않는다고 해요. 잊혀지는 그 지역의 ‘진짜 맛’을 끄집어내고 싶었습니다.”

취재를 통해 배운 음식을 알리기 위해 이후 음식 인문학 강의를 기획했으며, 여기서 만난 김태윤 셰프, 김지원 대표와 함께 밀키트 사업을 시작했다. 밀키트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어려워보이는 전통 음식이라도 밀키트라면 쉽게 요리가 가능하며, 접근하기 좋은 트렌디한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장 실장은 “판매중인 ‘고추 지릉장’은 경남 거창의 전통 소스이지만 밀키트 배달을 통해 간편히 즐길 수 있다”며 “경상도 사투리로 간장을 뜻하는 ‘지릉장’은 국수 양념장이나 밥에 비벼먹기 좋은 소스”라고 소개했다.

지속가능성, 밀키트로 풀어내다

이러한 메뉴들은 모두 ‘지속가능성’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거부감 없이 나누고 싶어서이다.

“‘지구를 위해 OO하자’라는 캠페인이나 ‘비건(vegan, 완전 채식)을 하세요’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더 좋은 음식과 방식이 있다면 놀이를 하듯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경험하길 바라죠. 저희 메뉴중에는 고기도 들어갑니다. ‘고기 먹지 마세요’가 아니라 ‘2번 먹는 것을 1번으로 줄이는 것은 어떠세요. 더 맛있는 비건 음식도 즐겨보시구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실제로 ‘비건 사천짜장 떡볶이’ 메뉴는 동물성 식품이 없지만 ‘맛있다’는 후기가 가장 많다.

비건 어묵에 우리콩과 쌀로 만든 춘장을 넣고, 짜장소스는 카라멜 소스를 넣지 않는다. 소스용 돼지고기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제공받고 있다. 중동의 대표음식인 후무스(hummus)는 병아리콩 대신 우리 땅에서 자란 ‘토종 아주까리 밤콩’을 사용하고, ‘토종 검은밀’로 만든 새까만 빵도 곁들인다.

모든 포장은 ‘친환경’

포장 재료에도 친환경이 우선이다. 장 실장은 생분해되는 비닐을 구하기 위해 오랫동안 수많은 업체에 문의해봤지만 겨우 한 업체와 제작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완성본은 환경부로부터 가장 생분해성이 높은 인증(환경부 EL724)을 얻는 데 성공했다. 용기는 플라스틱 대신 ‘밀집펄스 박스’(밀 수확후 버려지는 밀집을 활용)를 사용하며, 아이스팩 역시 물과 전분만을 종이에 담은 친환경 아이스팩이다.

회사의 첫 워크샵도 강릉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정이었다. “쓰레기를 직접 줍다보면 마음이 달라진다”는 그의 의도 때문이었다. 이것 또한 고된 ‘일’이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일반인과의 쓰레기 줍기 모임도 계획중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매출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장 실장은 “환경단체가 아닌 식품회사의 경우 지속가능성 마케팅이 매출로 이어져야 식품 업계의 흐름을 바꾸는 영향력을 가질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그의 까다로운 선택은 그저 친환경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흉내내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포장지에 적힌 ‘For Earth, For Us’ 문구처럼 “우리를 위한 길이 지구를 위한 길”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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