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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집주인도 세입자도 도움 안된다는 새 임대차법

정부와 여당이 세입자 보호를 내세워 강행 처리했던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직방이 임대차 2법 시행 석 달을 맞아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154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을 한 결과, 전·월세 거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64.3%였다. 임대인과 자가 거주자(75.2%)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임차인에서도 과반을 넘었다. 특히 전세 임차인의 67.9%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시장은 가히 ‘아노미 상태’라 할 만큼 혼란과 무기력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안 그래도 전세시장은 실거주를 압박한 대출·세금 규제로 거래물건이 줄어드는 국면이었다.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아파트’를 노리는 청약 대기 수요도 많아졌다. 울고 싶던 전세시장의 뺨을 임대차 2법이 세게 후려친 격이다.

전세난은 월세대란으로 번지면서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KB주택가격동향)는 101.6으로 5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전·월세시장은 이제 뒷돈 거래와 꼼수 계약이 판치는 암(暗)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무기로 공공연하게 위로금을 요구하고, 집주인은 5% 전·월세 상한선을 우회하기 위해 이면 계약을 강요하는 등 뒷돈 암거래가 확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인식은 안일하다. 과도기(홍남기 경제부총리), 저금리 탓(김현미 국토부 장관), 늦어도 내년 초엔 시장 안정(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론하며 “불편해도 기다려달라”(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고 한다. 월세 세액공제·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매입 임대·공공임대 확대와 같은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 참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작금의 전·월세대란은 집 가진 자, 특히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면서 민간 임대주택의 순기능을 훼손한 데서 기인한다.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쏟아붓는다 해도 공공 임대주택이 전체 임대주택의 20%를 넘기는 어렵다. 좋든 싫든 임대주택 대부분을 민간이 공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큰 집 한 채 대신에 작은 집 두 채를 선택해 한 채는 세를 놓는 사람, 노후대책으로 값싼 연립주택을 사서 임대시장에 공급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전·월세시장이 돌아간다. 민간 임대사업자의 순기능은 살리고 정부는 집값 단기 급등과 같은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주택시장의 흐름이 차차 정상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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