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1㎜의 차이도 용납할 수 없어요”
드레스 대신 바지 입은 바이올리니스트
“단지 청각으로 듣는 음악 아닌 육감으로 듣는 음악이 목표”
드레스 대신 바지를 입고 연주회에 등장하는 ‘파격 행보’로 음악계를 놀라게 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국내 첫 정규 음반 ‘라 카프리슈즈(La Capricieuse)’를 발매했다. [소니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파격 행보’였다. 드레스 대신 새하얀 재킷에 빨간 바지(2019년 8월 부산시립교향악단 협연)를 입었다. 여성 연주자를 우아하게 보이게 하는 드레스를 ‘T.P.O(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돌출행동’으로 볼 수도 있었다. 단지 “편해서” 입었을 뿐이었다. 음악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는 그가 연주하는 악기를 닮았다. 대담하게 음악을 이끌고,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엄격한 규율 앞에서도 경쾌하게 맞선다. 무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그를 옭아매는 것은 없어 보인다. 한 줄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 조진주가 자신을 꼭닮은 음악으로 돌아왔다.

“제 아이덴티티, 제 자신을 갈아 넣었어요.” 국내 첫 정규 음반 ‘라 카프리슈즈(La Capricieuse)’의 발매 직후 화상으로 만난 조진주는 이번 음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 과정에 참여했어요. 바이올리니스트로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죠. 기획자가 된 것처럼 다방면으로 음반을 생각하고, 창작하는 과정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돼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었어요.”

음반의 제목인 ‘라 카프리슈즈’는 영국의 낭만주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곡 이름 중 하나다. 우리말로는 ‘변덕스러운 여자’라는 의미. 이번 앨범의 9번째 트랙에 녹음된 곡을 앨범의 타이틀로 정했다.

“제가 생각하는 ‘변덕스러운 여자’는 본인의 감정과 의향에 거리낌이 없는 본능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었어요. 어린시절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낀 바이올린의 재미와 매력, 추억을 더했어요.”

바이올리니스트조진주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앨범의 구성이 다양하다. 서너 명의 작곡가의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연주 음반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비에니아프스키의 ‘스케르초 타란텔라’, 폴디니의 ‘춤추는 인형’, 바치니의 ‘고블린의 춤’, 이자이의 ‘생상스 왈츠 형식의 에튀드에 의한 카프리스’ 등 10명의 작곡가의 10개의 곡이 실렸다.

“바이올린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스펙트럼의 곡을 담아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바이올린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변덕스러운 여자’를 타이틀로 정한 것도 녹음된 트랙을 하나로 모아보니 ‘변화무쌍’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 같아서였어요.”

조진주는 열일곱이던 2006년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2014년에는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인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렸다. 이번 음반은 그간 섭렵해온 콩쿠르가 아닌 ‘음악가’로서 그만의 음악 세계와 가치관을 찾아나선 첫 앨범이다. 음정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들려오고 강렬한 속주와 묵직한 소리를 오간다. 그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가진 색채를 연구하고 탐구”해 자신이 가장 원하는 소리를 찾아내고자 오감을 집중했다.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청각으로만 듣는 음악이 아니라 육감을 가지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어요. 마치 볼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맛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오감을 자극하는 소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때문에 조진주는 악기의 소리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확인한다. “바이올린은 굉장히 예민한 악기예요. 손가락을 쓸 때, 1㎜의 차이에서도 소리가 달라지죠. 그래서 바이올리니스트가 성격이 안 좋기도 하고요.(웃음)” 조진주로선 1㎜의 차이도 용납할 수 없었다. “손가락, 손, 팔의 움직임, 몸의 느낌이 어떻게 소리로 전달되는지 정확히 인식해 연습하면 표현법이 깊어지고, 스펙트럼이 더 넓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야 공감을 더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 연주 스타일과 표현법을 최대한 끌어올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이번 작업을 통해 이전보다 성장하고, 발전했다고 느끼고 싶어요.”

공들인 음반은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오는 14일 독주회(서울 오드포트)를 시작으로 다음 달 19일까지 대구, 천안, 통영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21일에는 ‘엘 토요 콘서트’(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자이의 명곡과 에르네스트 쇼송의 ‘바이올린과 현악 4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