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봉화 봉성면의 오고당 고택은 소박한 본채와 낡은 별채로 돼 있다.

봉화 오고당 고택

오고(五高)는 임금이 내려준 우정의 별칭이다. 오고당은 조선후기 명의(名醫) 박한진(朴翰鎭, 1815～1893)이 살았던 집이다. 박 명의가 다섯살때인 1820년에 지어졌다. 환자를 돌보던 당시에는 그냥 의원네댁이었지만, 박한진 사후 후손들이 오고당이라는 당호를 붙였다.

‘오고선생 유고집’에 따르면, 박한진이 61세 때인 1875년(고종 12년) 헌종의 생모인 조대비 신정왕후(神貞王后, 1808～1890)의 병환을 고친 후 임금이 그의 의술을 높이 평가해 ‘명가전만리(名可傳萬里 : 명성이 만리에 전해질 것이다)’라면서 만리(萬里)라는 호를 내렸고, 벼슬을 내려 고마움을 표하려 했지만, 박 명의는 거듭 사양했다.

이에 감탄한 고종은 의리와 인품을 갖추고 있다면서 오고(五高)라는 우호를 하사했다는 것이다.

박한진의의 치료로 병을 고친 조대비도 여러 차례 친필편지를 보내 가까이 있어달라고 했지만 박한진은 이를 사양하고 79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향리에서 가난한 백성을 위해 의술을 펼쳤다.

기록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희랍인 히포크라테스도 부귀를 누릴 기회였던 페르시아 제국 황제의 초빙을 고사한 채,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의학을 정립하며 의사의 기본정신을 설파한 바 있다.

명의 박한진은 가난한 선비의 신분으로 시골 소박한 집에 거주하며 많은 사람을 고쳤고, 그 명성이 궁중에까지 알려져 조 대비의 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왕의 초빙을 끝내 고사하고 향리에서 평생을 가난한 백성을 위해 의술을 펼쳤다.

이 소박한 시골 명의의 집, 오고당 고택이 9일 국가민속문화재(제298호) 지정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살만하면 농부라도 본채와 외양간을 분리하지만, 이집은 창고, 외양간 등의 부속채를 분동(分棟) 형식으로 별도로 마련하지 않고 1동의 본채 내에 다 두었다. 질박한 그의 생애가 엿보인다. 별채엔 집안 여인들이 기거했다.

이처럼 평면이 내부 집약적으로 구성된 가옥의 경우 환기와 채광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붕 용마루 아래에 구멍(까치구멍)을 내어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데 이를 ‘까치구멍집’이라 부른다. 통상 까치구멍집이 초가인데 비해 봉화 오고당 고택은 기와를 얹은 것이 색다르다. 문화재청은 “당시 민가 건축양식의 변화과정을 살필 수 있는 희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낮은 곳으로 임한 박한진의 삶에 경의를 표하면서, 요즘 명예나 권력을 가지면 돈까지 거머쥐려는 자들의 행태를 꾸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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