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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지방자치와 행정가

민주주의는 선거로 이뤄진다. 서울시도 1992년 지방의회를 부활시키고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기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대의민주주의, 즉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다. 지방자치는 지역 문제는 지역주민이 뽑은 대표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요구에 맞는 행정을 하게 돼 국가 전체적으로도 이득이 된다는 이념에서 출발했다. 지방단체장을 기준으로 모두 7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지방마다 특색을 가지고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가 나름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처음 공직을 시작할 때는 지방자치가 시행되기 이전이었다. 당시 오래전 문서를 뒤적이다 보면 대통령의 결재가 있는 문서도 종종 볼 수 있어 지방의 문제가 대통령에까지 보고되고 그곳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당시에는 주민의 요구를 행정가인 공무원들이 판단하고 결정함으로써 주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한다.

하지만 도시발전 과정에서 필요했던 행정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공무원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울시는 상수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많은 지역에서 불편을 겪고 있었다. 당시 구청에서 회의를 하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민원이 급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수장을 늘리는 한편, 산이 많은 서울 지역특성을 살려 높은 곳에 배수지를 만들고 수압을 이용해 가정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식의 공급 체계도 갖춰나감으로써 상수도 문제를 해결했다.

1992년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듣기 시작한 용어가 ‘시민의 대표’였다. 그런데 주요 관심 사항은 거시적인 도시 문제보다는 구청 차원에서 해결돼야 하는 지역 내의 소소한 민원성 문제들이었다. 이는 지방자치가 초창기이기 때문에 또는 의원들이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지방자치가 점차 정착돼가면서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을 했다. 특히 지방자치가 성숙하면 지방 문제해결의 전문성을 가진 테크노크라트(행정전문가)가 의회나 단체장에 많이 진출하게 됨으로써 이러한 문제는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날 지방자치는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도시 문제해결 전문가들이 선거에 많이 참여해 주민 선택을 받기보다는 정당생활을 오래한 사람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당이라는 내부 리그를 통해 선출된 후보만이 선거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당생활을 할 수 없는 행정가들이 진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행 정당정치 중심의 정치구도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시민의 높은 정치의식이다. 시민이 매의 눈으로 좋은 후보를 선택하고, 이들이 시민을 대리해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가를 감시해 나가야 진정한 대의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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