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치러지는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 감수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5일 언급한 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838억원이 사용되는 선거가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봤느냐"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이 "학습비라고 생각하느냐. 진정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한민국 여가부 장관이 맞느냐"고 반발하자 이 장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죄명을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야당에서는 즉각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황규한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하는 발언"이라며 "이 장관도 n차 가해자나 다름없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언에 말문이 막힌다"며 "국민의 성인지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성추행 및 성추문을 일삼아 주길 당부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정의당도 "권력형 성범죄가 초래한 재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집단 학습의 기회라고 한 이 장관은 여가부 장관이 맞느냐"면서 이 장관의 발언을 규탄하는 논평을 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온전한 정신으로 할 수 없는 말인데 심지어 집권여당의 심기까지 살폈다"면서 "여가부 장관이 눈치와 심기를 살펴야 하는 대상은 집권여당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 여성과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성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정작 성인지 학습이 필요한 분은 막말을 내뱉은 이 장관 본인"이라며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재보궐선거를 단순히 학습도구로 전락시킨 이 장관은 피해자분들께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적반하장이야 이 정권의 종특이지만, 보자 보자 하니 막 나간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성추행은 자기들이 해놓고, 성인지 학습은 국민한테 받으랍니다. 그것도 838억원 들여 국민들 자비로. 장관들이 단체로 실성을 했나"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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