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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이전과는 다른 ‘무한경쟁 시대’ 도래

얼마 전 작고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000년 신년사에서 “새천년이 시작되는 올해를 삼성 디지털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21세기를 시작하는 2000년을 변화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로 삼겠다는 의지였다.

이렇게 2000년대 초 대부분 국가와 기업이 저마다 국가 성장목표를 가지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성장 전략을 앞다퉈 내놓았다. 2000년대 초는 ‘무한경쟁 시대’로 표현됐다. 그 이전부터 많이 사용된 표현이기는 했으나 2000년대의 출발점에서 변화하는 경제환경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말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세계 주요 국가들은 새로운 경제 성장 기회 포착을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선 모습이다. 긴장감이 감돈다. 다시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금 무한경쟁시대를 언급하는 건 세 가지 정도 이전과 다른 경제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는 2020년대의 ‘무한경쟁시대’의 촉발은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표방한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해 왔다. 개혁개방 표방 이후 중국의 GDP성장률은 해마다 10% 이상을 유지해왔고 이런 성장은 세계 역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성장에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커졌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서 대미 수입 확대 약속 이행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서, 이제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질적 성장을 내세우면서 정책 기조를 수정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로존 경제블록의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글로벌 분업구조가 약화되거나 혹은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에 최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급속히 붕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2019년 1월 보고서에서 2000년대까지는 인건비 절감이 글로벌 생산기지의 주요 결정요소였지만 오늘날엔 단순 인건비보다는 고임금시장과의 접근성, 인재의 숙련도, 인프라의 발달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하게 됐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이런 흐름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셋째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무한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국·독일·일본·중국 등의 4차 산업혁명 추진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속도와 범위·영향력 측면에서 기존의 산업혁명과 크게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속도’ 측면에서는 인류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변화할 것이고, ‘범위’ 측면에서는 제조 및 서비스업은 물론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기술 혁신의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미·중 무역갈등 심화, 세계 글로벌 분업구조의 완화 혹은 재편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라 최근의 무한경쟁 시대는 기존의 무한경쟁 시대와는 그 의미와 실제 양상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은 이제 이러한 달라진 무한경쟁 환경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키우고, 어떠한 성장 전략을 가지고 나갈 것인가가 첫 번째 과제로 주어졌다. 지금부터라도 2020년대에 직면한 새로운 무한경쟁 시대에 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이 미래 성장목표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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