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삼성전자 주가는 국내증시의 '대장주'라 꼽힐 정도로 코스피200 전체 시가총액의 35%를 차지한다.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삼성전자 주가가 받을 영향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관여해온 만큼,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고 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체센터장은 연합뉴스에 "이미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정착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주가나 향후 경영성과에 영향은 없다고 본다"며 "공식적으로 이 부회장 체제가 좀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2014년 5월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지배구조를 뜯어고쳤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SDS와 에버랜드(현 삼성물산)가 상장에 성공했고, 현재 법정공방에까지 오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성사시켰다. 이른바 '이재용 체제'는 2015년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하고 이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5년 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가 작동해온 만큼, 이 회장의 별세소식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DART)에 공시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을 1% 이하로 보유한 소액주주 수는 145만4373명이었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시행하기 전인 2018년 3월 31일 기준 24만1414명에서 무려 5배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5월 4일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액면분할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직전 265만 원에서 5만 3000원으로 낮아졌다. 소액주주 숫자도 지난해 말 기준 56만 8313명에서 대폭 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했을 당시 개미투자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매수세를 떨친 주식도 삼성전자였다. 지난 23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은 7조2376억 원(1억4521만여주)으로,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삼성전자 우선주(3조545억 원)까지 합하면 10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주가는 향후 발생할 상속문제와 재판 중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영향을 더 받을 전망이다. 당장 이 회장의 유족들은 이 회장이 보유 중인 약 18조 원 상당의 삼성 주식에 상속세를 지불해야 한다. 최고 상속세율 65%에 해당하는 약 10조 원 내외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자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보유한 유족들이 10조 원 규모의 상속세를 당장 현금으로 내기는 어려워보인다. 만약 유족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 일부를 매각한다면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삼성 지배구조에 틈이 생길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정농단 뇌물사건 파기환송심에 불법승계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 등 2개의 재판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 '승계작업'을 위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에게 말 3마리를 뇌물로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위법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따지는 재판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첫 공판준비기일을 가졌다.
김 센터장은 "소송 중인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의 재판이 사실 더 큰 문제"라며 "사법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 체제의 공식 출범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앞서 삼성그룹의 주가는 이 부회장이 불법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설립 방해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동반급등하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경영권 승계 문제로 인한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주가가 소폭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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