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위기의식 강조
매출 39배·이익 260배·시총 390배↑
D램 등 글로벌 1위 품목 9개 등극
인재·기술중시 ‘세계의 삼성’ 반석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25일 타계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경영’으로 삼성을 초일류 글로벌 기업의 반석에 올려놨다. 이 회장은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27년간 삼성을 이끌면서 ‘패스트 팔로워(추격자)’에 머물렀던 한국 산업계를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양(量)을 중시하던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질(質)을 중시한 그의 경영철학으로 삼성은 완제품과 부품을 포함해 월드베스트 제품 9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이건희 회장은 1993년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전 부문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압축되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의 제2 창업을 시작한 것이다.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 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는 눈부시다. 1987년 이 회장의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삼성의 매출액을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뛰었다.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무려 396배나 증가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외형적인 성장 외에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했다. 삼성이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이는 1997년 한국경제가 맞은 사상 초유의 IMF 위기와 2009년 금융 위기 속에서도 삼성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삼성의 2020년 브랜드 가치는 623억 불로 글로벌 5위를 차지했고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20개 품목에서 월드베스트 상품을 기록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인재경영·기술경영 초석 반도체 D램 세계 1위=이 회장은 인재제일과 기술경영이라는 철학 아래 반도체 불모지인 한국에서 D램 세계 1위를 일궈냈다. 그는 인재 육성과 함께 이건희 회장은 기술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겼다.
사업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며, 한국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메가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이런 점유율의 배경에는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 세계 최초 64Gb 낸드플래시 개발(2007), 2010년 세계 최초, 30나노급 4기가 D램 개발과 양산, 2012년 세계 최초 20나노급, 4기가 D램 양산 등의 기술이 있었다. 또한, '기술에 의해 풍요로운 디지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믿음에 의해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은 또한 인재제일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데도 힘썼다.
이 회장은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고, 삼성은 이를 받아들여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 삼성은 이때부터 연공 서열식 인사 기조가 아닌 능력급제를 전격 시행했다.
이 회장은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했으며, 삼성의 임직원들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지역전문가, 글로벌 MBA 제도를 도입해 5000명이 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조=이건희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삼성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하여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국제 사회의 재난 현장에 구호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기업으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장비를 갖춘 긴급재난 구조대를 조직해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맹인 안내견 등 동물을 활용하는 사회공헌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철학은 임직원들에게도 영향을 줘 사매년 연인원 50만명이 300만 시간 동안 자발적으로 고아원, 양로원 등의 불우 시설에서 봉사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1997년부터 올림픽 TOP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세계의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쳐,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