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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별세] 경영자 이건희, ‘글로벌 삼성’과 ‘승계 논란’ 빛과 그늘
25일 오전 별세…향년 78세
‘인재경영’으로 ‘글로벌 삼성’ 이끌어
편법승계·정경유착 논란은 도마위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198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취임식.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경제사에 큰 획을 그은 거인으로 평가된다. 삼성은 이날 "장례는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가족장을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매출 규모를 9조 9000억 원에서 314조 원으로 성장시킨 '한국경제계 거장'으로 꼽힌다. 삼성그룹 매출이 32년 간 20배 넘게 성장하면서 한국경제도 발전하는 기폭제를 마련했다. 삼성전자의 국외 매출액은 우리나라 수출총액의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삼성 특검’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둘러싼 편법승계 논란 등 변칙적인 활동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재양성·품질개선·가격경쟁력으로 초일류 기업 일구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의 2대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한국의 선두기업에 불과했던 삼성을 전자·디지털 분야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불량품이 나오면 해당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라인스톱제' 도입에서부터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 퇴근하는 '7·4제'를 도입해 조직문화개선에 나섰다. 특히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천재경영론'을 펼치며 지역전문자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했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사진은 2008년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1위 비결은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기술력과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빠르게 공급하는 특유의 '초격차' 전략이 꼽힌다. 평소 '기술 덕후'로 알려진 이 회장은 평소 엔지니어들을 따로 불러 공정변경 등의 주요 사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D램 밀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택할 때도 효율성을 고려해 '스택'형을 택한 게 신의 한수가 됐다. 2000년 초반에는 300mm 웨이퍼로 120나노 기반 D램(512Mb) 양산을 발표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다만,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원가를 낮추는 웨이퍼 기술을 선택해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경쟁적 우위를 차지했다.

'삼성 특검'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2010년 복귀한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강자’로 이끌었다. 무선사업부를 전면에 배치하고,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빠르게 운영체제를 구글 안드로이드로 전환했다. 여기에 가격경쟁력을 살려 '갤럭시S'가 탄생했다. 당시 삼성은 아이폰과 달리 지상파 DMB수신이 가능하고, 아이폰의 교환식 AS가 아닌 빠르고 편한 AS가 가능한 점을 최대의 장점으로 꼽았다.

무노조 경영·승계논란 비판도

이 회장의 경영전략이나 행보를 두고 사회가 칭찬일색이었던 건 아니다. 미국의 '석유왕' 존 데이브슨 록펠러를 연상케하는 무자비한 경영과 정경유착으로 비난을 받았다. 전두환·노태우 특검 재판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100억 원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져 1996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됐다. 2007년에는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터진 이른바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특검 끝에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지만, 1년 뒤 ‘원포인트 사면’을 받았다.

경영승계 방식을 두고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11조 5000억 원)을 넘겨받을 때 181억 원의 증여·상속세를 냈다. 공익법인을 통해 계열사를 증여받아 절세가 가능했다. 이 회장은 이후 아들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1995년 60억 8000만 원을 증여했고, 이 부회장은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사들여 계열사 지배력을 얻었다. 시민단체는 일련의 과정이 편법 증여·승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창업 초기부터 고수한 무노조·비노조 경영 원칙도 시민·노동단체의 끊임없는 반발을 샀다. 결국 '노조 와해공작' 사태로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무노조 경영원칙' 폐기를 선언했다. 이외에도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망사고에 대한 대응도 뼈아픈 과오로 남았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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