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포럼] 위기의 지역축제를 지원하자

경북의 한 축제 사례이다. 수박농사 판로의 어려움이 있어서 시에서 수매를 도와주었는데 여러 가지로 고충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해에는 주민들에게 2000만원을 지원해 주고 알아서 판로를 개척하도록 했다. 지역주민은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서 수박 ‘축제’를 개최했고, 이 축제는 대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축제들이 열리지 못했고 일부는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축제·이벤트 생태계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약 80%의 지역축제가 열리지 못해 지역특산품은 재고로 쌓였고, 공연자를 비롯해 약 5만개 이상의 축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지역축제로 인한 방문자 경제가 형성되지 못해, 숙박과 음식점을 비롯한 지역 서비스산업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각 축제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보령머드축제는 이번에 온라인에서 머드 바르기 체험을 공유하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춘천마임축제는 대규모 공연으로 사람을 모으는 대신 도심 거리로 나가 작은 공연을 통해 시민과 만나려고 노력했다. 의정부음악국축제는 앞뒤와 옆 좌석을 비워두는 방식으로 실내공연을 했고, 실외에서도 인원을 제한해 일부 제한된 공연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람이 와서 즐기고 소비하는 방문자 경제 없이 축제가 지역에서 지속하기는 어렵다.

축제는 산업이다. 지역의 특산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지역방문을 촉진해 소비 파급력을 높이는 산업적 효과를 가져온다. 하나의 축제가 열리기 위해서는 공연, 무대, 음향, 조명, 출판, 음식, 교통 등 다양한 산업생태계가 합쳐져야 한다. 2019년 보령머드축제의 생산유발효과는 약 459억원이었고, 화천산천어축제의 직접경제효과는 약 1300억원에 이른다.

지역관광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축제부터 살려야 한다. 그동안 지역으로 관광객을 오게 하는 가장 큰 매력은 축제와 이벤트였다. 지난해 문화관광축제 37개를 방문한 관광객만 약 1100만명이었다. 대규모 투자로 조성한 인프라 관광개발도 이런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 이것이 지역에서 좋은 축제를 개발하고 개최하려는 이유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위기의 지역축제를 긴급히 지원해야 한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와 더불어 시작된 축제는 그동안 지역관광을 견인하며 지속해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19의 비대면 상황은 모든 지역축제를 고사시키고 있다. 위기에 처한 축제생태계와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시적 긴급지원이 절실하다. 유럽에서도 유럽문화재단(ECF)을 통해 연대문화기금으로 개별축제를 지원하고 있다. 대만 역시 관광축제를 지원하기 위해 기초지자체에 약 4억1000만원씩 밀어준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서는 세계 경제 복원이 관광으로부터 시작되리라 전망한다. 다시금 이동이 시작되면 여행의 욕구는 폭발적으로 발산될 것이고 세계 경제에 활력을 주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지역축제 역시 새롭게 시작되는 관광을 이끄는 핵심매력이 될 것이다. 축제는 빠르게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관련 산업에 파급력을 높일 것이다.

내년은 축제를 통해 지역관광을 되살릴 기회의 시간이다. 그것은 현재 붕괴위험에 처한 축제생태계를 유지시키고 살려내는 긴급하고 과감한 국가지원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