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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9년 ‘그 땐 그랬지’ 지금은?…전세대란의 끝, 정부는 모른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국감서 1989년 사례 언급
“시장 안정까진 시간 걸려…내년 초에는 진정”
저금리·임대기간 연장·공급부족 상황 등 판이
전문가들 “수급 왜곡…내년 이후 지속될 수도”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지난 18일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에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연합]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31년 전인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사례를 언급하며 전세시장의 불안이 내년 초까진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안일한 전망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당시엔 금리나 임대차기간, 공급 속도 등이 달랐다는 점에서 이를 바탕으로 전망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책의 강도가 강하고 시장이 받는 충격이 커진 만큼 전세난이 내년 이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전세 내년 초 안정?…홍 부총리는 3개월 예상했는데= 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1989년도에 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전세가 안정이) 5개월이 걸렸다”며 “지금이 그때와 같이 5개월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정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초까지는 불안정할 수 있다는 얘기냐’라는 질의엔 “꼭 불안정하다기보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장관의 인식대로라면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5개월여 지난 시점인 내년 초까지는 전세난이 계속될 수 있다.

당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새 임대차법 시행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애로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던 것보다는 전세시장 안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낙관’에 가깝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단 30년도 더 된 사례를 들어 전세난 해소 시점을 가늠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89년 12월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대차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됐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1990년 1~4월 20% 넘게 뛰었다가 5월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임대기간 2년→4년, “시장 충격 차원이 달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 1989년 당시의 경험치를 통해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며 “과거 임대차기간이 1년에서 2년이 된 것과 현재 2년에서 4년이 된 것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금리 상황이 다른 데다 기존계약 소급 적용과 실거주 의무 강화, 월세 전환 등으로 인한 전세 유통물량 감소를 고려하면 전세난이 몇 개월 내 해소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도 과거엔 ‘공급’이 시장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거론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시 전국 주택이 700만호 정도였던 상황이었는데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에 한 번에 200만호가 공급되면서 그 파급 효과가 상당했다”며 “현재 전국 주택이 1500만호 정도인 것을 고려해도 총량 대비 상당한 주택 공급량”이라고 했다. 현재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급 정책을 쓰기 어려운 데다 3기 신도시 입주까지 4~5년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수급 꼬인 전세시장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불안이 완화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봤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저금리에 따른 매물 잠김이 심각한데 여기에 임대차2법까지 시행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역시 당장 이사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큰 효과를 보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 랩장은 “전세난은 결국 수급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내년의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임대차시장 규제와 무주택자 대상 청약제도 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시장이 안정을 찾기 어려운 형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시장의 불안은 올해 초부터 예상됐음에도 종합적인 고려 없이 새 임대차법을 밀어붙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은 올 초 시장 전망에서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으로 구매력이 줄어든 일부 시장 참여자들이 전세시장에 머물며 학군이나 교통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일단 하고 싶은 대로 정책은 펼쳤는데 수습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양대근·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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