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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코로나19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 보장방안 찾아야…이종걸의 정치는 아직 미완성, 끝나지 않았다”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종걸의 정치는 아직 완정되지 않은 것 같다”며 한국 정치 발전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박해묵 기자

대담 : 이형석 정치부장

“이종걸의 정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년 의정활동에 잠시 쉼표를 찍은 채 보수와 진보, 중도를 망라해 민족화해와 통일준비를 지향하는 범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의 협의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종걸 의장의 말이다. 5선 국회의원과 제1야당(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이미 우리 의정사에 굵직한 족적을 새긴 그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한국 정치 발전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갈망과 함께 강한 소명의식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의장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기반을 둔 다당제와 의원내각제를 향후 대한민국 정치체제의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과도기적으로 대통령제를 절충한 한국형 모델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민화협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 양당제 변화 필요

선진정치 위해 한국형 내각제 향해 가야

▶“부족하더라도 정치인으로 죽어야”=여의도를 떠난 이 의장에게 가장 많은 제안이 온 것은 변호사 활동 재개였다고 한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법시험 합격과 사업연수원 수료 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법조인이기도 하다. 이 의장은 “정치를 쉬자 친구와 후배들이 변호사 사무실로 나오라는 권유들을 하곤 했는데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며 “변호사라는 길이 왠지 옆길로 새는 것 같고 기왕 정치인이 됐으니 정치인으로 죽어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권위주의시대 민변에서 반독재투쟁의 일환으로 인권과 법을 통한 변혁운동 역할이 있었는데 이제 나이도 들고 경력도 생긴 상황에서 다시 변호사로서 변혁운동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며 “하던 정치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쪽에 좀더 생각이 가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 같은 생각을 정리하기까지 배경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인 조부 우당 이회영 선생이 자리하고 있다. 이 의장은 “할아버지는 제가 정치에 입문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가장 많은 고민을 주신다”며 “할아버지의 삶이 있는데 제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할아버지를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누구 손자인데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얘기를 들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장은 자신의 정치적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내각제 얘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먼저 “대한민국도 선진정치를 보여주는 국가들만큼은 가야하고 이제 그럴 자격도 있다고 본다”며 “지금 아주 전형적인 양당제와 총통제에 가까운 대통령제인데 이것만으로 모든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지고 덩치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기본적으로 보수와 진보, 그리고 종교, 환경, 노동 등 다섯 가지 영역은 최소한 정치적 의견이 만들어지는 당의 요소”라면서 “다당제의 경우 양당제처럼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서로 마주달리는 기차처럼 부딪히는 게 아니라 양보도 하고 연정도 해가는 정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어느 지점까지는 단계적 변화를 가미하면서 한국형으로 갈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대통령제와 다당제의 절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분단 국가 방어적 민주주의 벗어나야

한반도 평화 국민의 열정 못따르면 퇴보

▶“국민 평화 요구 못 따르는 정치는 퇴보”=한반도 평화는 내각제와 함께 이 의장이 꿈꾸는 정치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이 같은 구상은 민화협에 오면서 한층 더 강고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 의장은 “민화협에 와서 더 느끼게 된 것이 이제 우리가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고 평화로운 국가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분단이라는 엄혹한 정치지형 속에서 방어적 민주주의, 즉 여차하면 재발할 수 있는 위기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정치만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단은 정치, 경제를 비롯한 우리 삶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며 “정치에서 분단이 좌우하는 영역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경제에서도 분단 때문에 시장에 선진적인 외국의 가치 기준을 들여올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화협에서 분단과 분단해소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는데 굉장히 운이 좋은 놈이라고 할 수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 의장은 특히 스페인 카탈루냐출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사랑했던 ‘새의 노래’를 거론하며 향후 정치는 국민의 평화 열망을 쫓아가지 못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정권을 목도한 카잘스는 카탈루냐 민요 ‘새의 노래’를 통해 자유와 평화를 전세계에 알렸다. 카잘스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카탈루냐 새들은 ‘피스(Peace·평화) 피스’라고 노래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의장은 “카잘스에게 평화의 또 다른 말은 애국이었는데 국민들이 가장 애국심을 가질 때 터져 나오는 게 평화”라며 “우리 국민들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평화의 문을 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엄청난 박수를 보내준 것은 평화로 가는 ‘정치적 환희(엑스터시)’가 분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장사에 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베팅하는 것으로 보면 한반도 평화가 그만큼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들도 이런 것을 촉으로 알고 있고 계속 주문할텐데 정치가 이를 쫓아가지 못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대시위 막는건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꼴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패 사과하고 싶어

▶“문정부, 집권 정신 잃으면 안돼”=이 의장은 정치현안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경찰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봉쇄한데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의장은 “물론 정부가 코로나19를 정치적 도구로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광화문 반대 시위를 막는다면 결과적으로 권위주의 정부 시절과 비슷해져버리기 때문에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안된다고 하기보다는 코로나19 속에서도 계속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찾기 위해 더 노력하고 애써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임기 사이클상 레임덕도 오고 권력누수도 올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권위주의에 뿌리를 둔 정당과 달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등 한단계 높은 정신에 부합하는 정강과 정치노선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면서 “코로나19를 이유로 결과적으로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정책을 그대로 되풀이한다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이 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유, 집권하면서 가졌던 초심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이 의장은 지난 총선에 처음 적용됐으나 위성정당 출현으로 사실상 실패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서는 뜻밖에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이전 2015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만나 17차례에 걸쳐 4자회담을 가졌던 일화를 소개한 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저역사를 만든 사람으로서 사과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을 만들고 입법을 할 때 인풋과 아웃풋을 예측하는 게 유능한 정치인데 전혀 생각지 않았던 황당한 사산아를 낳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위성정당 비판을 받았던 더불어시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악역을 맡기도 했던 그는 “우리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겼다”며 “아직은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방향을 접어야하는지 실수를 보완해서 계속 가야하는지 토론의 영역이 남아있다”고 했다. 정리=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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