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법령 개정 절차 내년 1월까지 완료
소득요건 충족못해 기회없던 이들 불만 수용
여전히 청약 당첨 바늘구멍, 경쟁률 더 치열해질 수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14일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특공) 물량에 대해 소득기준을 완화하기로 발표한 것은 그동안 실수요층이면서도 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청약할 기회가 없었던 30·40대 맞벌이 부부의 불만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도 청약 당첨 자체가 ‘바늘구멍’ 통과인 탓에 문턱만 내려주고 희망고문은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제한된 공급물량 속에 경쟁률만 더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 밀집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
국토교통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소득이 많은 맞벌이 신혼부부도 특공에 청약할 기회를 주기 위해 민영주택의 소득 요건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40%, 맞벌이는 160%까지 확대했다. 세전 소득 기준으로 3인가구 이하인 경우 140%는 월 778만원, 160%는 월 889만원이다. 공급물량은 우선 공급은 75%에서 70%로 줄이고, 일반 공급은 25%에서 30%로 올렸다.
이로써 30·40대 정규직 맞벌이 부부가 수혜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의 소득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30·40대 정규직 월소득은 각각 362만원 408만원이었다. 완화된 청약 기준상에선 부부가 맞벌이해도 소득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연봉 1억668만원을 받는 맞벌이 3인가구도 민영주택 신혼 특공 지원 대상이 된다.
현재는 소득 100%(맞벌이 120%)에 물량의 75%를 우선공급하고, 나머지 25%를 일반공급으로 120%(맞벌이 130%)에 주고 있다. 일반공급에서 분양가가 6억원 이상인 주택에 대해서만 생애최초 청약할 때 기준을 130%(맞벌이 140%)까지 적용해왔다.
신혼희망타운은 현재 소득 요건이 120%(맞벌이 130%)로 돼 있다. 분양가 6억원 이상 생애최초 주택 구입에 한해 기준을 130%(맞벌이 140%)로 완화해 주고 있는데, 이를 모두 130%(맞벌이 140%)로 통일했다.
공공분양은 신혼부부 특공에 우선·일반공급 구별 없이 100%(맞벌이 120%)에 공급해왔지만, 앞으론 물량의 70%는 우선공급으로 내놓고 나머지 30%는 일반공급으로 공급한다. 소득 기준은 일반공급에 130%(맞벌이 140%)를 적용하고, 우선공급은 그대로 유지한다.
또 일반공급 물량은 소득, 자녀 수, 청약저축 납입횟수 등에 따른 점수가 높은 순으로 선정하고 있는 기존의 입주자 선정방식을 보완해 추첨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소득요건도 완화된다. 국토부는 생애최초 특공을 우선공급(70%)과 일반공급(30%)으로 나눠 차별화된 소득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민영주택 우선공급에는 기존과 같은 130%를 적용하되 일반공급에는 160%까지 완화한다. 공공분양 우선공급은 기존 수준인 100%, 일반공급에는 130%를 적용한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등 관계 법령 개정 절차에 즉시 착수해 내년 1월까지 이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방식을 통해 무주택 신혼가구의 약 92%가 특공 청약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 부총리는 “기존 신혼부부 자격대상가구 대비 공공분양은 8만1000가구, 민영은 6만3000가구에 특공 기회가 신규 부여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물량 자체를 늘린 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계층에 청약 기회만 열어준 것이라는 점에서 청약 경쟁 심화, 역차별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물주택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총 공급물량을 늘려서 이 물량의 일정 부분을 더 배분하는 형태가 아니라, 현 상태에서 배분만 달리한 것”이라며 “최근 치솟는 전세가격에 싼 집이라도 사서 실거주하게 된 사람들 사이에선 역차별이라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봤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