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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 치는 감독’ 안준하…“연출 현장은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겸 감독 안준하 인터뷰
클래식, 발레부터 방탄소년단까지…
모두 다른 영역이지만 “음악과 사람이라는 공통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음악감독, 연출, 기획자인 안준하 감독은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동시에 하는 독특한 음악인이다. 그는 "모두 다른 장르이지만, 그 안엔 음악과 사람, 현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안준하 감독은 ‘부캐’ 부자다. 그에겐 항상 특별한 수사가 따라다닌다. ‘피아노 치는 감독’, 혹은 ‘연출하는 피아니스트’다. 직업만 해도 너댓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감독이며, 연출자이고, 문화예술콘텐츠 제작사(그레이트 스톰)의 대표이기도 하다.

두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작곡을 전공하며 클래식 업계에 입문했다. 경계는 일찌감치 지웠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피아노를 치며 국악을 배웠고, 클래식을 전공하며 재즈를 공부했다. 타협을 경계하는 보수적인 음악계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안 감독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최근의 활동도 다양하다. 국립발레단의 비대면 공연 영상 프로젝트에 작곡가로, 마포문화재단의 M클래식 축제에서 선보이고 있는 ‘마포6경’엔 연출자로 참여했다. 방탄소년단과도 인연이 깊다. 휠라(FILA) 광고음악도 마쳤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도 음악 작업을 해왔다. 1년에 몇 차례씩 자신의 공연을 여는 피아니스트이면서 음악적 감각을 살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음악감독이자 연출로 눈코 뜰 새 없는 날을 보내는 안 감독을 만났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음악감독, 연출, 기획자인 안준하 감독 [마포문화재단 제공]

안 감독의 강점은 누구보다 음악과 연주자를 헤아리는 연출자라는 데에 있다. 현재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마포6경’은 서울 마포의 명소에서 클래식 연주자들의 연주 영상을 담아냈다. “우리는 음악을 단지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연주는 연주자의 호흡부터 시작해요. 첼리스트가 어떻게 첫 활을 시작하는지, 템포는 어떤 부분에서 격정적인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음악의 다이내믹이 영상 촬영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해요. 촬영 전엔 반드시 곡 분석을 한 뒤 카메라를 배치해 진행했어요.”

오롯이 혼자 연주하는 피아노와 달리 연출과 음악감독으로의 작업은 ‘협업’이 부각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주축이면서도 막상 결과물에선 뒤로 물러나 있다. 안 감독은 이 일을 “오페라의 오케스트라와 같다”고 말한다.

“오페라는 무대 위에 성악가가 있고, 그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가 있어요. 오케스트라엔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현악 파트가 음악을 이끌고, 비올라가 조화를 이루고, 금관과 목관 악기가 적재적소에 들어와요. 현장에서도 카메라 촬영팀, 음향팀, 조명팀, 녹음팀과 뒤에서 서포트하는 기획팀이 있어요.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움직이듯이 곡을 완성시키는 재미가 현장에 있어요. 눈에 띄진 않지만, 현장과 연주자의 감성, 정체성, 기획자들의 노고가 들어있어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음악감독, 연출, 기획자인 안준하 감독 [그레이트 스톰 제공]

연주와 작곡, 연출, 기획은 모두 다른 분야이지만, 안 감독은 그 안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잘 보면 하나로 묶여 있어요. 그 중심엔 음악과 사람이 있고, 현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만약 제가 음악만 만들었다면 음악에만 집착했을 거예요. 그런데 여러 일을 겸하다 보니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 대한 애착과 존중이 생기더라고요. 공연 역시 연주자만 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결국 모든 일엔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배워요.”

안 감독의 최근 작업들은 코로나19로 대면공연이 취소된 현재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도가 많다. 그의 개인 공연도 ‘전에 없던 방식’으로 구상 중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려고 해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커넥트(CONNECT)’를 주제로 미디어 아티스트, 사진작가, 현대무용가, 연주자들이 모여 공연을 해보려고요. 관객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연이요. 어렵게만 만드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것에 대한 가능성을 확장해 이상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10년쯤 뒤엔 또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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