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피아니스트 백건우, “음악이 필요한 시대…그것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9일 서울 시작으로 전국 투어
슈만과 만난 ‘건반 위의 구도자’
젊을 땐 몰랐던 슈만…이번에 ‘재발견’
“음악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예술, 더 절실해져”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슈만으로 돌아왔다. [빈체로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삶을 살아가면서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 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삶의 아름다움을 채우는 음악, 인생의 진실한 순간을 마주하게 하는 예술이 더 절실해졌어요.“

일생을 음악과 함께 해온 피아니스트 백건우(74)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음악과 예술이 더 간절하고 각별해졌다고 말했다. 슈만의 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한 그는 9일부터 서울(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전국 공연에 나선다. 공연에 앞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코로나 시대에 음악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감염병 시대라고 해서 달라진 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음악의 존재 이유에 대해 전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예술이잖아요. 이런 음악이 더 필요해진 시대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건반 위의 구도자(求道者)’. 진리를 탐구하듯, 종교인이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듯 건반 위에서 음악을 깊이 탐구하는 백건우가 이번엔 슈만과 만났다. 슈만의 연주를 위해 당시 인물과 생활, 시대 등에 관한 문헌을 두루 섭렵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답은 악보에 있었다”며 “다른 데서 찾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젊었을 때 ‘슈만’이라고 하면 반드시 연주해야 하는 유명한 곡들을 다뤘어요. 그런 곡들은 로맨틱하고 아름답죠. 그때는 슈만이라는 작곡가가 불편했어요. 이유를 몰랐는데, 그만큼 슈만의 세계가 복잡했던 거죠. 지금은 슈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심정으로 정신병원으로 갔는지 이제 좀 이해가 가는 것 같아요.”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빈체로 제공]

백건우에게 이번 앨범은 ‘슈만의 재발견’이었어다. 그는 “마지막 작품인 유령변주곡은 음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의미도 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그 음을 제어할 수도, 그런 곡을 아예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령변주곡’은 슈만이 라인강에 투신하기 직전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음반 프로듀싱을 맡은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은 “녹음 후 스튜디오에서 한동안 눈물을 쏟아냈다”며 “백건우의 연주는 슈만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이번 전국 투어에선 슈만 음악의 ‘시작과 끝’이 백건우의 건반으로 이어진다. 프로그램은 슈만의 첫 작품 ‘아베크 변주곡’으로 시작해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등을 거쳐 ‘유령 변주곡’으로 끝을 맺는다. 그는 ”듣는 사람들을 음악으로 이끌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쇼팽에 이어 올해 슈만까지 백건우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별히 마음에 두고 있는 작곡가나 작품은 없어요. 미리 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연주를 할 생각이에요.“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