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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팬데믹 시대의 여가

올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다. 2월 20일 105명 확진자 중에서 45%가 ‘신천지’집단에서 나오면서 집단감염으로 인한 첫 번째 위기를 맞는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 사회적 거리두기, 시설 폐쇄, 집합 금지 등 다각도로 대응하면서 제한적인 일상을 되찾는다.

8월 15일 보수단체 주도로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다. 잠복기가 지난 8월 27일 하루 434명까지 치솟으면서 두 번째 위기에 직면한다. 정부는 수도권 2.5단계, 전국 2.0단계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한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에서 대한민국 코로나19 대응 모델을 모든 국가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는 만만찮다. 소상공인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일상생활이 불편하다. 역설적이지만 지금은 여가를 달리 생각해볼 적기다.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전환하는 오랜 기간 서서히 ‘문명화 과정(civilising process)’이 진행된다. 일반시민도 예절을 지키고, 감정을 숨기며, 폭력을 억제한다. 사회가 안전해진다. 그러나 일상이 지겹다. 지겨운 일상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넣는 근대적 대중여가가 탄생한다. 소설·만화·라디오·대중음악·영화·텔레비전·스포츠 등등. 여가는 안전하지만 지겨워져 버린 사회를 살아가는 근대인에게 균형 잡기 메커니즘이다. 흥분을 즐겨라! 일상이 즐거워진다. 그래서 여가 흥분은 일상의 균형장치다.

그런데 전통사회와 달리 근대사회에서는 여가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약하다. 여가를 마음껏 즐겨라. 한껏 흥분하고 스트레스를 확 풀어라! 여가에서는 그래도 된다. 그러나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 여가는 당신 마음대로 하라. 폭력 수단은 국가가 독점한다. 따라서 당신은 여가활동을 통해 폭력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폭력을 사용할 수는 없다.

상업화된 대중여가는 점점 더 자극적인 쾌락을 제공한다. 현실과 멀어진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없어진다. 고립된 채 여가에 빠져든다. 즐겁다.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세계를 잊고 싶다. 승패가 모호한 현실 세계가 싫어진다. 여가로 도피한다. 여가로 도피하면 안전장치가 풀리면서 중독이 일어난다. 고통이 있기 때문에 여가가 즐겁고 수고가 있기 때문에 휴식이 달콤하다. 고통과 수고를 생략하고 즐거움과 달콤함만을 누리고자 하면 중독에 빠진다.

그런데도 중독은 개인 문제다. 도박! 하고 싶으면 하라. 도박 중독은 당신이 해결하라. 담배! 피우고 싶으면 피워라. 니코틴 중독으로 죽을 수도 있다. 죽든 살든 그것은 당신 개인문제다. 온라인게임! 언제든 즐겨라. 게임에 중독되면 가상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 할 수도 있다. 현실 세계로 되돌아오고 싶으면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당신 스스로 벗어나라.

바로 이 같은 방식으로 근대적 대중여가는 근대사회에 자리 잡았다. 모방 흥분과 폭력 억제를 특징으로 하는 근대적 대중여가는 지겹고 힘든 일상에 대한 조절 기제다. 당신이 근대인이라면 여가 흥분을 즐겨라! 삶에 활력이 넘친다. 그러나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 여가로 도피하지 말라! 중독된다.

일례를 들어보자. 부모와 자녀는 게임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실랑이를 벌인다. 자녀들은 왜 이리도 게임에 집착하는 것일까? 자녀들에게 게임하지 마라고 말하지 마라. 자녀들이 게임으로 도피하지 않도록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 우리 자녀를 불행한 가정으로부터 도피하게 만들지 말자! ‘게임중독에 빠지게 하지 말자!’와 같은 말이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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