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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교가 변한다, 추석 서원 의례에 600년사 첫 여성초헌관
도산서원 추석 향사, 이배용 전 이대 총장 첫 술잔
남성중심 유교의 반성, 양성평등 실천의 상징 평가
“성균관 君子不器 사상, 퇴계 ‘時從’ 맞춰 시대적응”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한국의 서원 600년사에서 첫 여성 초헌관이 나왔다.

이 서원 설립자인 퇴계 이황은 평소 윤리와 지혜, 군자로서의 도리를 강조하면서 ‘시종(時從:달라진 시류와 규범을 따르라)’ 역시 중시했는데, 이번 첫 여성 초헌관의 등장은 퇴계의 이같은 가르침을 실행한 것으로 그간 남성중심의 사상으로 평가됐던 유교가 변화된 세태와 도덕률에 맞춰 양성평등으로 나아가는 상징적 모습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는 ‘군자는 일정한 그릇의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되고 그 그릇을 깨야 한다(君子不器:군자불기)’는 성균관의 가르침과도 통한다.

1일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서 열린 향사에서 이배용 한국의 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이 초헌관(初獻官·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사람)을 맡고 있다. 한국 서원 역사 600여년 동안 여성을 초헌관으로 임명한 사례는 처음이다. [연합]

2일 문화재청, 안동시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도산서원은 추석인 1일 오전 11시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도산서원에서 퇴계 선생을 추모하는 경자년 추계 향사(서원의 제사)를 봉행하면서 첫 술잔을 올린 초헌관으로 이배용(73) 전 이화여대 총장을 위촉했다.

이 전 이대 총장은 현재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 서원 9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이끌었다.

향사가 시작되자 유사를 따라 이 이사장은 상덕사에 입장하고, 이어 아헌관 이동선 전 서울여대 교수, 종헌관 허권수 경상대 명예교수, 분헌관 이정화 동양대 교수가 유사의 인솔 아래 사당에 들어선 다음, 퇴계 선생께 술잔을 올렸다. 다음으로 아헌관, 종헌관, 분헌관이 퇴계 등에게 차례로 술잔 올리는 의식을 이어갔다.

1일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서 열린 향사에서 이배용 한국의 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이 초헌관(初獻官·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사람)을 맡고 있다. 한국 서원 역사 600여년 동안 여성을 초헌관으로 임명한 사례는 처음이다. [연합]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난뒤 10년여 후학을 가르치던 사당 자리에 1560년 설립한 인재양성 기관이다. 현재의 도산서원은 퇴계가 생전에 성리학을 깊이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던 도산서당 영역과 퇴계 사후에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산서원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중국 본토에 공자 관련 기념물이 대부분 사라진 가운데, 대만으로 이주한 공자의 후손들이 도산서원에 와서 크게 감동하고 비석을 남겼다. 고려시대 과거시험장, 공민왕의 거처 등이 도산서원 주변에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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