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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급락 후 반등' 테슬라 배터리데이, 국내외 파장은? [e슈+핵인싸]
美전기차업체 테슬라 '배터리데이' 국내외 파장 집중분석
"기대 못 미쳐", "소문난 잔치" 혹평 후 주가 급락했지만
이후 이틀 간 주가 다시 반등 400달러대 회복…원인은?

[편집자 주 = '경제 이슈(economy issue, e슈)'에 '핵 인사이트(insight·통찰력)'를 더하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이 새롭게 선보이는 'e슈+핵인싸' 코너는 시사경제 핫이슈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기자들의 인사이트를 담아 쉽게 풀어주는 콘텐츠를 지향합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테슬라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끝난지 나흘이 지났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행사를 혹평했고 국내 언론 역시 대부분 '소문난 잔치'였다며 평가절하했습니다. 실제 테슬라 주가도 곤두박질 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24~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연이틀 반등하며 1주당 400달러 선을 회복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테슬라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이 만드는 팟캐스트 '성시경 쇼'는 최근 9회 방송에서 이번 테슬라 배터리데이를 평가, 분석하고 국내 배터리 회사 등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다뤄봤습니다. 방송에서 다룬 내용을 종합해 'e슈+핵인싸' 코너의 텍스트 기사로 소개합니다.

 

▶기대감엔 못 미쳤던 혁신..."소문난 잔치" 혹평 = 테슬라 배터리데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프리몬트공장 주차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연례 주주총회를 겸한 특별 쇼케이스였는데요. 통상 주주총회 때 신기술을 발표해온 테슬라가 이번에는 배터리 쪽에 포인트를 잡아 '배터리 데이'라는 이름을 붙인 겁니다.

행사 전날 테슬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LG화학 등으로부터 배터리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언급하며 배터리 내재화(자체 생산)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낮췄습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전기차 업계를 선도하는 회사인 만큼 전세계 투자자들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테슬라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된 이 행사를 전세계 약 25만명 이상이 지켜봤다고 하니, 얼만큼 관심이 컸는지 짐작이 가능할 겁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열린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장 모습. 주주총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240여명의 테슬라 주주들이 이 회사 전기차를 타고 참석했다. [연합]

행사 내용의 핵심을 요약하면 "기존 배터리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배터리를 대폭 원가 절감해 3년 후 대량생산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규모는 어마어마 합니다. 2022년까지 1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량을 이야기했는데,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LG화학의 올해 전체 생산량을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2030년엔 3테라와트시(TWh) 규모까지 늘리겠다는 '테라 팩토리' 계획도 등장합니다. 이같은 배터리 신기술을 적용해 3년 후 전기차 가격을 2만5000달러(약 2900만원) 수준으로 낮추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전고체배터리(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나, '주행수명 100만마일(156만㎞)' 배터리에 대한 발표는 없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래킬만한 혁신을 기대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소 김이 빠질 만 했습니다. 물론 성능이 크게 향상된 배터리를 대량생산해 전기차 가격을 확 낮추겠다는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기만 하면 파장은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아직까지 '계획'이자 '목표'이기 때문에 시장과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컸습니다.

외신들의 반응도 차가웠죠. 로이터통신은 "머스크는 테슬라 배터리 설계와 제조 비용 절감 계획을 매우 급진적으로 설명하며 2만5000달러짜리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으나 (실제 생산에)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해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배터리 데이는 블록버스터급 기술 도약과는 달리, 몇 가지 점진적인 기술 개선책만을 제시했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특히 "테슬라 모델3을 3만5000달러 가격대에 내놓겠다고 약속해왔지만 이를 실현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값싼 '미스터리' 신차 모델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등 (투자자에게) 장난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주가는 이틀 급락 후 이틀 간 반등...어떻게 봐야할까 = 이같은 혹평 속에 테슬라 주가는 다음날인 23일 10.34% 급락합니다. 하필 테슬라 전기차에 연동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접속 장애를 일으키고, 온라인 고객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배터리데이 행사 전날 기대감을 낮춘 머스크의 발언으로 이미 22일 5.6% 하락한 상황에서 10%가 더 떨어졌으니, 이틀 간 15%가 넘는 충격적 하락폭이었던 거죠.

뉴욕타임스(NYT)도 "머스크가 행사를 '배터리 데이'라고 부르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지만, 중대한 기술적 돌파구를 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감명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

하지만 테슬라의 힘이 그렇게 약하지는 않았던 걸까요. 이튿날인 24일 주가가 1.95% 반등하더니 25일에는 5.04%나 상승하며 1주당 400달러 선을 회복하기에 이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하루 사이 투자자들과 시장의 평가가 달라진 걸까요? 아니면 과도하게 떨어진 주가가 보정되는 단순 조정이었을까요?

일단 25일은 애플(3.8%), 아마존(2.5%)과 같은 기술기업들이 대부분 상승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사기 의혹'과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 사임으로 주가가 폭락한 니콜라마저 1.88% 올랐으니 말 다 했죠. 물론 니콜라의 주가는 주당 19.46달러로, 이미 회복이 어려울 만큼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바로 20일 전만 해도 주당 50달러(8일)에서 32.83달러(15일)로, 다시 19.1달러(24일)까지 내려앉았으니까요.

다시 테슬라로 돌아가겠습니다. 주가가 떨어지고 오르는 원인을 찾는 건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뚜렷한 호재가 없던 상황에서 전반적인 기술주 반등에 힘입은 조정이라고 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배터리데이를 '호평'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정도만 돼도 엄청난 기술 도약이고 혁신이라는 거죠. 계획대로 현실화할 경우 전세계 배터리,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라는 거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가는 '꿈'을 먹고 자라는 것이고, 그동안 기대됐던 전망보다 조금 못 미치면 빠질 수 밖에 없는 거죠. 배터리데이에 발표된 내용이 단지 '혁신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기대만큼의 혁신이 아니어서' 주가가 빠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LG화학 등 국내 업계 영향은? =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국내에서도 특히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전기차와 배터리가 우리 경제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인데요. 일단 국내 재계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그룹들이 모두 관련이 있습니다. 현대차는 테슬라의 경쟁사이고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죠. 롯데와 포스코도 화학계열사를 통해 배터리 소재를 만듭니다.

일단 앞서 말씀드린대로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자체 생산) 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3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물론, 정말 성공할지 말지는 3년 뒤에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요. 앞서 머스크는 LG화학을 비롯한 협력사들의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긴장하던 LG화학 입장에서는 시간을 충분히 벌은 셈이죠.

특히 머스크는 자신들이 직접 배터리를 양산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때가 되면 전기차 시장이 훨씬 커져서 배터리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습니다. 배터리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배터리업체들의 생산량이 이를 못 따라갈 거라는 거죠.

 

테슬라만 전기차를 만드는 게 아니고,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전세계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들 대부분이 전기차를 만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앞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 올수록 LG화학뿐 아니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엔 호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 물론 LG화학은 최근 배터리사업부문 '물적분할' 이슈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이라, 투자 판단을 할 때는 면밀히 따져보셔길 권해드리는데요. 증권사 리포트는 "괜찮다"고 하는데 주주들은 잘 믿지 않고 있거든요. LG화학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물적분할 발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LG화학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성시경 쇼' 방송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머스크 "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차 나올 것" = 테슬라 배터리데이에서 배터리보다 더 관심을 끈 부분은 완전자율주행차에 대한 머스크의 발언이었습니다.

"한 달만 기다려라, 완전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이다. 그 때 쯤이면 모든 사람들이 변화의 규모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머스크의 말인데요. 다만 '베타 버전'이라는 단서가 달려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베타 버전이라는 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뜻하는데 완전한 자율주행이라고 하는 건 그 자체가 모순된 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완전자율주행차 기술이 완성단계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실제 도시를 누비려면 사고 시 책임에 대한 법적인 문제(보험 등), 자율주행차와 신호체계 간 사물인터넷(IoT) 구축을 비롯한 스마트시티 완성 등 풀어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 CNN방송도 "머스크는 과거 완전 자율주행 하드웨어를 장착한 테슬라 차가 서부에서 동부로 여행하는 것이 2017년 말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며 "머스크는 약속을 미루거나 전혀 지키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혁신가 일론 머스크의 야심찬 '모빌리티 혁명'이 정말 코앞에 다가온 것일지, 아니면 이번에도 구호에 그치게 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취재팀=배두헌·김성우·김지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팟캐스트.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오리지널 ES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팟빵에서 '성시경 쇼'를 검색하면 각 에피소드를 찾아 청취할 수 있다.

▷성시경 쇼 9회 방송 〈일론 머스크의 '소문난 잔치' 테슬라 배터리데이 국내 파장은〉을 들으려면?

방송 링크 → http://www.podbbang.com/ch/1777067?e=2379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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