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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5년여 만에 대남사과…김정은, 김일성·김정일 안했던 ‘직접 사과’
김일성·김정일, 이후락·박근혜 방북시 해명 전례
北, 5년 전에는 DMZ 목함지뢰 도발 ‘유감’ 표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우리 국민 사살 사건에 대해 공식 통지문 형식을 통해 미안하다고 밝힌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남북관계 사안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표명한 적은 있으나 우리측 인사의 방북이나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한 형식이었다. 자료사진.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남측 국민 사살에 대해 미안하다는 뜻을 밝힌 것은 5년여 만의 이뤄진 북한의 대남사과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청와대 앞으로 보내온 통지문을 통해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어려운 일을 당해 몹시 애를 쓰는)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전부가 남측 국민 사살에 대한 경과와 조사 결과를 비교적 상세히 밝히면서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힌 것 역시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미안하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북한이 유감 표명 등 남북관계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며 대남사과의 뜻을 밝힌 가장 최근 사례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남북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던 지난 2015년 8월25일 무박4일간 마라톤협상 끝에 타결된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에서 군사분계선(MDL)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사실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 2010년 11월27일에는 나흘 전 연평도 포격도발로 남측 민간인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사 논평 형식으로 “책임은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해 인간 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면서도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북한군 총격에 의해 우리 국민이 희생당한 지난 2008년 7월12일에는 금강산 관광객 사망에 대해 하루만에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내놓고 책임은 남측에 돌리면서도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분단 75년의 세월동안 북한의 대남사과는 이외에도 몇 차례 전례가 더 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미안하다는 뜻을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일이다.

김일성 주석의 경우 지난 1972년 5월4일 북한을 찾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의 면담에서 1968년 1월21일 발생한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며 “우리 내부에서 생긴 좌익동맹분자들이 한 짓이지 결코 내 의사나 당의 의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5월13일 방북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게 1·21사태와 관련해 “극단주의자들이 잘못 저지른 일로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응분의 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김 국방위원장은 1974년 8월15일 벌어진 재일교포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 및 박정희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해서도 “하급자들이 관련된 것으로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모두 남측 인사와의 면담이나 외신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 이번에 김 위원장처럼 공식 통지문 형식을 빌려 직접 미안하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아니었다.

북한에서 절대시되는 최고지도자가 미안하다는 뜻을 밝힌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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