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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도현 “시는 세상을 만드는 일보다 작고 느린 것의 가치를”
8년만에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출간
안도현 시인(오른쪽)이 8년만에 신작 시집을 내고,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80년대에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시인은 세상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시는 작고 느린 것의 가치를 드러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안도현 시인이 8년 만에 시집을 냈다.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란 시집이다.

4년간의 절필과 박근혜 탄핵으로 다시 시로 돌아온 그는 2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당시엔 불의한 권력에 시를 포기함으로써 맞서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 휴지기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의 시가 달라졌다. 거창한 것 대신 작은 것들의 가치를 발견해냈다. 형식도 달라졌다.

그런 시 중 하나가 ‘고모’‘임홍교 여사 약전’‘식물도감’ 등이다.

시인은 “어머니가 살아온 시간을 연보 형식으로 정리해놓고 보니까 평범하게 살아온 어머니 같은 삶속에 수사보다 더 시적인 게 들어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식물도감’은 다섯 줄 이내의 짧은 시들로 형식적 실험이 돋보이는데, 작은 풀꽃 들에 대한 느낌과 체험을 촌철살인적 시어로 담아냈다.

신변에도 변화가 생겼다. 40년 전북 전주에서의 타향살이를 끝내고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돌아왔다고 신고했다. 지난 2월 내성천 강변에 자리잡은 그는 코로나 사태로 집에 박혀 돌담을 쌓고 꽃밭, 텃밭을 꾸렸다. ‘연못을 들이다’‘꽃밭의 경계’는 그 와중에 쓴 것이다.

시인은 “경상도 사람들은 흔히 서울로 가는데, 나는 수평이동을 했다. 20대부터 전라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에 주목해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세계관·역사관이 전라도에서 만들어졌다”며, “이제 삶의 환경이 바뀐 만큼 시도 바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유년의 공간으로 돌아가면 회귀하고 회상하는 관점으로 보기 쉬운데 가능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고, 현재 발 딛고 있는 고향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유년을 사는 것 같이 살고 싶습니다.”

시인은 현재 ‘예천 산천’ 계간지를 내고 있고, 고등학교 문예반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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