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스페인독감이 지금 유행한다면?

1918년,19년 대유행한 스페인독감은 1억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10년대 세계인구는 20억명으로 세계인구의 20분의 1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무엇이 그토록 많은 사망자를 냈으며, 인류는 그런 대규모 재앙을 어떻게 극복한 걸까.

역사학자 캐서린 아놀드는 ‘팬데믹 1918’에서 방대한 자료와 기록 문서를 바탕으로 끔찍한 대규모 재앙의 충격적인 진실들을 낱낱이 보고한다.

‘의학적 대학살’로 불리는 스페인 독감의 특징은 무서운 전염력과 함께 끔찍한 증상에 있다. 4~5일 잠복기를 거쳐 두통, 오한, 마른기침,발열,식욕부진이 나타난 뒤엔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발전했다. 2차 대유행때는 감염자들이 거리에서 픽픽 쓰러졌고 폐와 비강에서 출혈을 보였으며, 폐에 고름이 차 부족해진 산소공급으로 피부가 검푸른 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보였다. 분출성 구토, 설사, 뇌 산소 부족 등으로 고통받다 죽어갔는데, 회복하더라도 평생 신경질환, 심장병, 우울증 등에 시달렸다고 보고한다.

스페인독감은 유명인사들도 비켜가지 않았다. 루즈벨트 미 대통령, 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 마하트마 간디, 빌헬름 황제도 예외일 수 없었다. 소설가 존 스타인벡, 월트디즈니, 뭉크 등은 감염됐다가 회복됐으며, 호주 화가 에곤 실레는 독감에 희생됐다.

의료계는 이 죽음의 병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질병으로 알았던 의학계는 인플루엔자의 실체를 알게 되고, 인간, 조류, 돼지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과 세 가지 바이러스 유형을 분류해낸다.

스페인 독감의 아이콘은 단연 안면 마스크. 의료진에서 일반 대중으로 점점 퍼져나갔는데, 마을과 도시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는 것을 법으로 막았고, 심지어 고양이와 개들도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코로나 시대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여전히 미스터리인 스페인독감의 진원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최대 야전병원이 있는 에타플 통합병원, 1918년 2월 캔자스주 해스켈 카운티를 휩쓸었던 인플루엔자, 텍사스주 포트라일리 캠프 펀스턴을 휩쓴 모래 폭풍과 병사 48명의 죽음 등 대유행의 조짐을 보였던 여러 지역의 사례보고를 꼼꼼이 살피며, 스페인독감의 원인과 전파과정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생생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당시 각각의 상황을 재구성한 책은 오늘의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려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팬데믹1918/캐서린 아놀드 지음, 서경의 옮김/황금시간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