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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유명 정치인의 사퇴를 부른 음식

2017년 9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2인자이자 당 부대표인 플로리안 필리포가 한 회식자리에서 쿠스쿠스를 먹은 게 화제가 됐다. 쿠스쿠스로 유명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찍은 단체 사진을 참석자 중 한 명이 SNS에 올린 게 화를 불어온 것.

이민자의 음식인 쿠스쿠스를 이민정책을 반대해온 당 대표가 먹은 것에 지지자들은 분노했고, 필리포는 결국 사임했다. 쿠스쿠스는 거친밀을 좁쌀크기로 동글동글하게 빚어 쪄내는 음식으로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에서 프랑스로 옮겨갔다. 식민지시절 북아프리카로 이주했던 프랑스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오고, 이곳 출신 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쿠스쿠스는 프랑스의 주식재료 자리잡게 된다.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따비)는 식민지의 비천한 음식으로 여겨졌다가 지배자의 일상의 음식이 된, ‘음식의 역제국주의’를 여섯 가지 음식을 통해 살핀다. 그 가운데 보편적 식재료인 커리도 있다. 대영제국으로 흘러 들어온 수많은 음식 중 빅토리아 여왕이 전속 요리사를 둘 정도로 애정한 음식이 다. 인더스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커리란 이름은 영국이 붙였다. 가정에서 제각각 향신료을 써서 즐기던 음식을 파우더로 만들어 상품화한 것. 우리가 일본을 통해 들여와 즐기는 카레는 실은 인도가 아니라 영국산인 셈이다.

꼬치구이 사테는 인도네시아의 국민음식이지만 네덜란드의 지배 이후 네덜란드로 건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땅콩버터가 들어간 사테 소스는 네덜란드에서 만능소스로 활용된다.

한국 전통음식 명란젓은 일본에서 멘타이코로 더욱 유명하다. 부산에서 태어난 일본인 가와하라가 태평양전쟁 패전 후 귀국, 그 맛을 잊지 못해 직접 담가 먹다 판매까지 하게 된 것. 일본내에서 원조 논쟁을 벌일 정도로 이 일본식 명란젓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식문화와 복잡한 세계사, 음식 여행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로 맛깔스럽게 버무려 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남원상 지음/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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