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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래서 넷플릿스!…그곳엔 규제가 없다
근무시간·출장·경비 규정 없는 넷플릭스의 비밀
CEO 리드, “통제와 규정은 무능한 직원에게나”
‘인재밀도’‘솔직성’이 혁신적 조직경영의 축
성과 없으면 두둑한 퇴직금과 함께 내보내
상사에게 솔직한 의견은 직원의 의무사항
자유·책임 독특한 생태계…관리형 조직에 시사적
“넷플릭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을 하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CEO나 고위 임원들이 사업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좋아진다는 낭설이다.”(‘규칙 없음’에서)

‘우편을 통한 DVD대여점에서 1억5천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체 TV프로그램과 영화 제작 등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우뚝 선 넷플릭스는 4차산업 시대 신화의 주인공이다. 기술직 근로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 미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기업 1위, 직원이 가장 행복한 기업 2위에 올라있는 넷플릭스는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2000년초,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당시 홈 엔터테인먼트의 독보적 강자인 블록버스터본사를 찾았다. 블록버스터의 기업가치는 넷플릭스의 1000배였다. 그는 블록버스터에 넷플릭스 인수 제안을 했고, 초고속 인터넷이 산업의 판도를 바꾸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블록버스터 역시 관심이 있었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리드는 5000만 달러를 불렀고 협상은 결렬됐다.

2년 후 넷플릭스는 상장했고, 2010년 블록버스터는 파산했다.

‘리드는 그의 첫 책 ‘규칙 없음’(알에이치코리아)에서 “우리가 댈러스로 갔던 그때만 해도 블록버스터는 좋은 패란 패는 다 들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브랜드가 있었고, 힘과 자원은 물론 비전도 있었다”며, 당시에는 몰랐지만 우리에게는 블록버스터에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바로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였다”는 것이다. “‘인재 밀도’를 기반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추는 기업문화 덕분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같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고 그는 자평했다.

리드의 글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사상가 중 한 명인 에린 마이어 교수의 분석과 진단 형식의 글이 교차하는 책은 수많은 기업들이 연구한다는 넷플릭스의 ‘컬쳐 데크’(Culture Deck)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컬쳐 데크는 넷플릭스에서 사내용으로 만든 127개의 슬라이드를 말하는데,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모든 걸 보여준다.

리드는 블록버스터만 변화와 혁신에 실패한 게 아니라며, 자신이 1991년 세운 퓨어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창의적이었던 직원들을 차츰 규제하고, 절차를 따르게 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1997년 매각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의 고민은 자유와 혁신을 장려하면서 조직이 성장할 때 규정 없이 어떻게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느냐였다.

시행착오 끝에 그는 새로운 생태계를 꾸미게 된다. ‘인재밀도’와 ‘솔직성’ 위에 자유로운 조직을 구축한 것이다. 넷플릭스 직원들이 말하는 ‘FR문화(Freedom & Responsibility·자유와 책임)’다.

리드의 조직경영의 핵심은 ‘인재밀도‘다. 일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은 애초 채용하지 않거나 두둑한 퇴직금을 주어 내보내는 것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재들로 조직을 꾸리면 거추장스러운 통제 장치가 필요 없어지고, 인재밀도가 높을수록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자유는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인재밀도’ 구상은 그가 2001년 닷컴 붕괴 때 인력의 3분의 1을 내보내고 80명의 정예인력으로만 꾸려본 결과에 바탕한 것이다.헤이스팅스는 재능이 뛰어난 동료들과 일하면 신이 나고 특별한 영감을 받게 돼 일할 맛이 난다며, 팀에 평범한 사람이 1~2명 섞여 있으면 팀 전체의 성과도 떨어진다고 말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윌 펠프스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좀 떨어지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성과가 무려 30~40% 뒤쳐졌다. 심지어 다른 팀원들이 문제가 되는 사람의 특성을 금세 흉내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축은 ‘솔직성’이다. 재능있는 직원들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우므로, 직원들이 피드백을 습관처럼 서로 주고받게 되면 일을 더 잘하게 되고 동시에 서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돼, 통제는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선,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 피드백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회의 중에 상사에게 피드백을 줬다가 수긍하지 않으면 직장생활 끝장났다고 여기게 마련이다. 반면 넷플릭스에선 누구나 말을 ‘꺼낼’ 준비가 돼 있다. 넷플릭스에선 평판이 나빠질까봐 피드백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면 그날로 넷플릭스를 떠나야 한다. 솔직하게 말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피드백을 하는 사람에 대한 상사의 소속신호, 즉 격려다.

이 두 가지가 자리잡으면 온갖 규정집은 필요가 없다. 그러면 인재밀도가 더 높아지고 피드백도 잦아지고 거의 모든 절차를 폐기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엔 근무시간, 휴가, 경비에 관한 규정· 승인절차가 없다. 말단 직원도 수십억짜리 계약서에 직접 서명한다. 규칙이 없다는 게 규칙이다.

넷플릭스와 관련해 숱한 책이 나왔지만 최고경영자가 쓴 첫 책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창의성과 혁신, 놀랍도록 유연한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와 독특한 생태계는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감성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규칙없음/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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