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포럼] 한국형전투기 ‘최종조립’ 착수의 의미

지난 3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한국형전투기(KF-X)의 최종 조립에 착수했다. 최종 조립은 전방동체, 주익 및 중앙동체, 후방동체 등 기체의 각 주요 구성품을 결합해 전투기의 형상으로 최종 조립하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조립을 마치면 드디어 시제 1호기가 완성된다. 우리가 개발 중인 전투기가 모습을 드러내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형전투기가 그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국산 항공기 개발의 역사를 돌아보면 끝없는 도전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일구어낸,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자주국방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70여년 전 6·25전쟁 개전 초기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전투기가 한 대도 없었다. ‘L-4연락기’라는 경항공기에서 북한군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맨손으로 폭탄을 던지며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다. 이후 미군으로부터 F-51D 무스탕 전투기 10대를 인수해 단 하루 만의 훈련 후 전투 출격하는 놀라운 기량을 발휘했다.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애국정신과 투혼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했다. 이런 정신은 향후 국산 항공기 개발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본격적인 국산 항공기 개발은 1980년대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호황으로 중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1988년 국산 기본훈련기인 한국형 훈련기(KT-1) 개발이 결정됐다. 그렇게 국내 최초로 개발된 훈련기 KT-1 웅비는 2000년부터 우리 공군 기본훈련기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개념 설계부터 시험 비행까지, 항공기 개발 전 과정을 우리 손으로 해냈다. 훗날 이 항공기는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 수출까지 돼 ‘해외로 수출된 최초의 국산 항공기’로 우리 항공기 개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T-50 골든이글은 국내에서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로, F-15, F-16 등 공군 주력 전투기의 조종훈련을 위한 것이다. 비록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공동 개발로 이뤄낸 성과지만, 이로써 우리나라는 자체 개발한 항공기로 초음속 돌파에 성공한 세계 12번째 나라가 됐다. T-50 개발의 성공으로 다음 단계인 한국형전투기 개발의 기반도 마련됐다. 한국형전투기는 이렇게 끝없는 도전으로 이뤄낸 국산 항공기 개발 역사의 정점에 있다.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국가적 목표이자 도전이다. 성공할 경우 여러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먼저, 우리나라 작전 환경에 부합하는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직접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렇게 개발된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무기도 우리 의도에 맞게 개발할 수 있다.

둘째, 실질적으로 국민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개발 비용이 높아질 수 있으나, 운영 유지비는 큰 폭으로 낮춰진다. 한번 개발된 전투기를 30년 이상 운영할 경우, 운영유지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 할 정도다. 셋째, 항공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레이더 개발 등 핵심기술의 국산화에 기여할 것이며, ‘전투기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로 국가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최종 완료되면 훈련기-초음속 고등훈련기-전투기에 이르는 군용기 계열의 한 축이 우리 손으로 완성돼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항공선진국이 될 것이다.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 사업단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