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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성 숨통 트인 위기의 기업…지금부터 생존전략 짜라”
5대 로펌 ‘M&A조력자’10명 인터뷰
풍부한 유동성 탓 미뤄진 위기도 위기
비상체제 구축 오너 빠른 결단 중요
회생 ‘최소한의 체력’ 남았을때 신청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최근의 ‘팬데믹 위기’까지, 기업들이 고비를 넘을 때마다 가까이서 힘을 보태준 이들이 있다. 기업 오너는 물론 임직원이나 채권자, 고객사 등 수많은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하며 ‘정상화’를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변호사들이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국내 5대 로펌의 구조조정 조력자 10명을 찾아 위기 극복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풍부한 유동성에 숨통 트인 위기의 기업들=올해부터 시작된 ‘팬데믹 위기’의 특징은 과거 위기 때와 달리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위기가 닥친 기업들도 대출로 생명을 연장하는 사례가 흔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정진영 변호사(연수원 15기)는 “엄청난 유동성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만기는 쉽게 연장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긴 하지만, 실물 경제가 위축된 것과 비교하면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확연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채권은행의 만기 연장 결정이 내려진 뒤, 이미 체결했던 주식양수도 계약을 무효화하려는 사례도 있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경영권을 넘겼지만, 채무 상환기일이 미뤄지는 등 숨통이 트이자 되찾아오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모(某) 로펌은 오히려 기업결합승인이 나지 않는 방향으로 자문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이완식 변호사(연수원 19기)는 “고용을 우려한 정부가 나서서 ‘헐값에 내놓지 말라’는 신호를 주고, 대형 은행들도 이에 동조하는 상황이니 기업들도 조금 더 버텨보자는 분위기”라며 “채권단 중 대형 은행이 껴있지 않아 비교적 상환 압박이 일찍 시작된 일부 중소 기업들만 법정관리에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뤄진 위기도 위기다”=올해가 지나고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버티던 기업들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에 기름을 부은 지금, 항공,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등 휘청이는 산업 내 기업들은 지난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으로 변호사들은 내다봤다. 유동성에 기대 수명이 늘어났다고 안도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철만 변호사(연수원 23기)는 “만기 연장을 해줬던 은행들도 대부분 하반기 중에는 여신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율촌의 김기영 변호사(연수원 27기)는 “전문경영인 문화가 자리잡은 영미권의 경우는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 전략을 고민하는 게 보통이지만, 오너경영 체제가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경우 경영진들이 ‘위기가 코앞이니 사전적으로 대응하자’는 조언을 오너에게 하기 쉽지 않다”며 “오너가 어떤 결단을 내리고, 얼마 나빨리 비상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회생절차 들어오더라도 최소한의 체력은 남겨둬야”=미국에는 우리나라의 회생절차와 유사한 ‘챕터11(파산법 제 11조)’이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파산 직전 더 이상 해법이 없을 때 이용하는 방법으로 인식되지만, 미국에서는 채무 이행 중단으로 정상화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선제적 방편으로서 인식된다.

실제 미국에선 굴지의 대기업이 챕터11에 들어간 사례가 흔하다. 최근에는 미국 2위 렌터카 업체인 허츠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앞서 GM(2009년), 미국 3위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2011년), 세계 최대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2017년), 미국 최대 우유 회사 딘푸즈(2019년) 등도 챕터11을 거쳤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현욱 변호사(연수원 21기)는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달리 실물 위기와 기업 구조조정의 시간적 갭이 크지 않다”며 “오너가 ‘파산할지언정 채권단에 기업을 뺏기진 않겠다’며 버티다 보면, 당장 3개월도 못 버틸 현금흐름 상태로 법정관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4~5개월 정도 운영자금이 남아있을 때 회생절차를 활용한다면 M&A 등으로 임직원과 기업을 살려낼 기회가 많아진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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