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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매물 나한테만 줘"…카카오를 퇴출시킨 네이버의 비결
카카오, 두 차례 걸쳐 부동산114 등과 제휴 시도
네이버 방해로 무산…부동산114에 네이버에 매물 독점 공급하도록 강제
공정위 "독과점 플랫폼이 경쟁자 배제하는 행위, 공정거래법 위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네이버가 자신의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이용, 부동산 매물을 독점 공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죽이기가 목적이었다. 경쟁당국은 이러한 행위가 부당한 경쟁사 배제 행위라고 판단, 네이버를 제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혐의를 받은 네이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여러 개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른바 멀티호밍을 차단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네이버는 두 차례 걸쳐 카카오의 사업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카카오는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등 7개 부동산정보업체와 매물 제휴를 추진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파악한 네이버는 부동산정보업체와 재계약을 통해 '확인매물' 정보를 제3자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카카오에 부동산 확인매물을 제공하면 네이버와의 계약이 즉시 해지될 수 있다는 패널티 조항도 함께 담겼다.

이에 따라 부동산정보업체는 카카오와의 제휴를 포기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입장에선 네이버나 다음 등 다양한 플랫폼에 매물을 올려 빨리 거래가 성사되도록 하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네이버로부터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확인매물이란 키소(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부설 부동산매물검증센터를 통해 확인된 부동산 매물을 말한다. 허위매물을 방지하기 위해 공신력있는 기구를 통해 한 차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부동산매물검증센터는 키소와 네이버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부동산매물검증센터를 설립할 때 비용을 댔기 때문에 '확인매물'을 자신들에게만 공급하게 하는 것은 정당한 지적재산권 행사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동산정보업체가 직접 부동산매물을 수집하는 데다 확인매물 딱지를 받기 위해 내는 비용(건당 1000원)도 부담하기 때문에 네이버만 정보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네이버 부동산 웹페이지에서 아파트 매물마다 '확인매물' 딱지와 함께 날짜가 표시돼 있다. 확인매물이란 키소(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부설 부동산매물검증센터를 통해 확인된 부동산 매물을 말한다. 허위매물을 방지하기 위해 공신력있는 기구를 통해 한 차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부동산매물검증센터는 키소와 네이버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 갈무리]

이후에도 네이버는 기민하게 움직이며 카카오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2017년 초 카카오는 부동산114와 단독 매물제휴를 시도했다. 부동산114가 비교적 네이버에 주는 매물 비중이 적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러자 네이버는 '확인매물' 딱지가 붙은 것뿐만 아니라 모든 매물 정보에 대해서도 카카오에 주지 못하도록 했다. 강제로 계약서에 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도 포함시켰다.

네이버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두 차례의 제휴 방해 결과 카카오는 부동산 매물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추후 온라인 부동산 정보 플랫폼 시장에서 완전 퇴출됐다. 자체 운영을 포기한 카카오는 2018년 4월부터 부동산 서비스를 직방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 네이버의 순이용자수(UV) 기준 점유율은 2015년 67.6%에서 2017년 73.3%로 높아졌다. 페이지뷰(PV)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74.6%에서 82.4%로 강화됐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매물을 네이버나 다음 등 어떤 플랫폼에 올릴지 결정하는 건 부동산정보업체가 결정할 일이다"며 "네이버와 키소가 운영하는 확인매물 검증시스템을 거쳤다는 이유로 카카오에 매물정보를 올리면 안된다고 강제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네이버가 경쟁을 제한하려는 의도는 내부서류 곳곳에 묻어있다"며 "네이버 자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조만간 네이버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최종 제재를 내릴 예정이다. 네이버는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을 검색할 때, 자사의 쇼핑사이트인 '네이버 스토어팜'이나 온라인 결제수단인 '네이버페이'를 쓰는 판매자 제품을 눈에 더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울러 동영상 서비스인 네이버TV를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다른 동영상 서비스보다 우대해 노출한 점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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