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떠나는 ‘오페라의 유령’…“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에 있다는 믿음이 있다”
K-방역의 상징 ‘오페라의 유령’ 부산, 서울 이어 대구까지
“한국에서의 공연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
‘오페라의 유령’ 조나선 록스머스와 클레어 라이언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에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클레어 라이언)

‘K-방역의 상징’으로 꼽혔다. 지난 4월 ‘오페라의 유령’ 제작자이자 뮤지컬 계의 ‘살아있는 전설’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오페라의 유령이) 전 세계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공연하고 있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알려진 그의 한 마디에 한국 공연계는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페라의 유령’은 ‘캣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올 한 해,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국내 무대를 이어가며, ‘안전한 공연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로이드 웨버는 한국의 방역 비법을 자기 소유 극장에 적용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한국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각종 물품을 공수해갔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팀은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진행된 부산 공연을 마친 이후 지난 3월 다시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서울 공연은 무사히 막을 올렸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뒤늦게 입국한 앙상블 배우 두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배우와 스태프 전원이 자가 격리하고, 4월 1일부터 3주간 공연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는 대구 무대에 오르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남녀 주인공 조너선 록스머스(유령 역)와 클레어 라이언(크리스틴 역)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었다.

'오페라의 유령' 조나선 록스머스와 클레어 라이언은 “한국에서의 공연이 전 세계 모든 공연계에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조나선 록스머스는 “그런데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것 같진 않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서로를 향한 배려와 연대,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은 그 시간을 견디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공연을 멈추긴 했지만, 추가 확진을 받은 사람이 없었고, 우리 모두 함께 세운 수칙으로 인해 수월하게 그 시기를 보냈어요. 한국에 있는 것 자체에 믿음을 가지고 머물 수 있게 됐어요.” (조나선 록스머스)

다시 돌아온 무대는 두 사람에게도 잊지 못할 ‘명장면’이었다. 잠시 동안의 ‘멈춤’은 관객과 배우에게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목마름을 안겼다. 3주간의 갈증은 객석과 무대를 끈끈하게 이어줬다. “생각보다 더 많은 관객들을 봤어요.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클레어 라이언) “관객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더라고요. 정말 뭉클했어요. 저희도 관객들도 무대를 염원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록스머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영국 런던, 1988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 37개국 172개 도시, 17개 언어로 공연된 작품이다. 지금까지 1억 4500명이 관람, 전 세계 뮤지컬 업계에서 전문후무한 기록을 쓰고 있다. 한국 뮤지컬사에 있어서고 중요한 기점이 됐다. 2001년 12월 첫 한국어 공연 이후 2005년 오리지널 팀, 2009년 한국어 공연, 2012년 25주년 내한공연 등 불과 네 번의 프로덕션만으로 100만 관객을 모았다.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국내 뮤지컬 업계는 산업화에 접어들었고, 한국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분기점이 된 역작이다.

‘오페라의 유령’ 조나선 록스머스와 클레어 라이언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두 사람에게도 ‘오페라의 유령’은 배우 인생에서 특별한 지점에 있다. 록스머스와 라이언은 “우리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록스머스는 2011년 스물 다섯의 나이에 ‘유령’으로 발탁된 역대 최연소 ‘유령’이다. 사실 국내 관객에게 ‘오페라의 유령’은 곧 브래드 리틀이었다. 2005년 내한 당시 강렬하고 압도적인 연기와 노래로 ‘팬텀’ 신드롬을 불러온 주역. 록스머스는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유령을 선보이며 그만의 매력으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스물 다섯 짜리가 팬텀 역할을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어요. 팬텀에 도전할 땐 꿈조차도 꾸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런데 오히려 그런 시각이 원동력이 됐어요. 배우들은 보통 한 작품을 하면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때가 많은데 ‘오페라의 유령’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작품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게 돼요. 이 작품을 할 때만큼은 너무나 행복하고, 언제나 날 편안하게 안심시켜주는 작품이에요.”

라이언은 2012년 브래드 리틀과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내한공연 무대에 서며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다섯 살 꼬마 시절,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만나 ‘프리마돈나의 넘버’를 부르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 ‘오페라의 유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행운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기도 했고요. 제겐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라이언)

올 3월에 시작해 무려 5개월의 서울 공연을 마친 두 사람은 대구에서 마지막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투어로 국내 3개 도시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이번 달 27일까지 예정됐던 공연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오는 6일 조기 종연을 결정했다. 객석 거리두기 강화 지침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내린 결정이다.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공연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어요. 다른 나라의 동료들은 지금의 우리를 보면서 힘을 얻고, 언젠가는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대구는 기적의 도시예요. 우리가 대구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마지막까지 사랑을 듬뿍 드리고 싶어요.” (록스머스·라이언)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