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비명이 터져나오는 100년 전 의학기술

코로나 19가 강력한 전염력을 갖고 있지만 조만간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낼 것으로 낙관한다. 경험적으로 과학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장에서 약이 만들어지기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치료행위는 지금에서 보면 대체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었다.

빅토리아시대의 신사들은 매독을 치유하기 위해 수은 증기로 가득 찬 방에 앉아 있었으며, 오스만제국 사람들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진흙을 먹었다. 링컨은 수은이 들어간 두통약을 복용, 중금속중독에 시달렸으며, 다윈은 비소중독으로 배가 거무스름해져도 멈출 수 없었다.

전문의가 쓴 ‘돌팔이 의학의 역사’(더봄)는 치료행위의 백과사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 주기율표에서 가져온 처방을 비롯, 식물과 토템식 처방, 각종 도구를 이용한 치료, 동물 및 파동· 빛· 전기를 이용한 치료법 등 인류와 함께 해온 온갖 치료법을 망라했다.

‘사람을 치료해주는 신비한 효능이 있다’는 믿음 위에 이뤄진 기상천외한 치료의 압권은 이집트의 미라다. 사후세계를 믿었던 이집트인들은 왕과 귀족 뿐 아니라 점차 일반인들도 미라를 만들었는데,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많은 미라는 어디로 간 걸까? 어느때 부턴가 신비한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라 파우더가 팔리기 시작했고 한 몫을 잡으려는 약재상들이 이집트로 몰려가 무덤을 도굴했다. 미라는 줄줄이 유럽으로 실려갔다. 18세기 후반까지 벌어진 일이었다.

피를 뽑는 방혈도 흔하게 행해진 치료법이었는데, 대표적인 희생양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워싱턴은 인후염이라는 바이러스 질환을 앓았는데, 불려온 의사는 2리터의 피를 뽑았다. 사람에겐 총 5리터의 피가 있는데, 이중 30%를 잃으면 목숨이 위험하다.

방혈치료법의 근거는 2세기경 유럽 최고의 의사였던 갈레노스의 4체액설에 기인하는데, 인간에게는 혈액과 점액, 담즙 등 4가지 체액이 있으며 이들간의 균형이 맞지 않아 병이 생긴다는 설이다. 피를 뽑는 건 바로 균형을 잡기 위한 것으로, 거머리까지 투입됐다.

수은, 비소 등 독극물은 오랫동안 치료법으로 쓰였다. 비소가 포함된 1786년에 제조된 ‘파울러의 물약’은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매독을 비롯, 기생충감염, 말라리아 해열제, 피부질환 치료제, 심지어 강장제로 150년동안 인기를 누렸으나 실제효과는 미지수다. 파울러의 물약 외에도 비소가 들어있는 제품들은 19세기 전반에 걸쳐 널리 애용됐는데, 피부를 창백하게 해 귀족적으로 보인다는 소문에 비소가 함유된 보조식품, 비누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밖에도 뜨거운 금속이나 전기기구를 사용해 지지는 불치료, 몇 주간 욕실에서 지내는 수치료, 전류가 흐르는 욕조에 몸 담그기 등 고문과도 같은 치료법들이 18,19세기에 유행했다.

미국은 1906년 의약품법이 생겨 허위나 안전하지 않은 성분 등에 대한 규제가 생겨나 독극물로부터 안전해진 듯하지만 현대인들이 이런 엉터리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저자는 여전히 아름다움과 건강에 대한 욕망을 미끼로 삼은 가짜 약들이 판을 치고 있다며, 유명 의사의 이름을 들먹이거나, ‘연구결과를 보면, ~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좀더 면밀히 살피라고 조언한다. 또한 신체의 기능과 질병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면 가짜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돌팔이 의학의 역사/디아 강· 네이트 페더슨 지음, 부회령 옮김/더봄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