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동체 파괴의 주범은 경제학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공동체 윤리가 부각되는 가운데,주류경제학의 문제점을 비판, 대안을 제시해온 마글린 교수의 ‘공동체 경제학’은 지난 400년간 경제학 이데올로기가 이기적 개인과 시장시스템을 키우고 공동체를 훼손해온 과정을 살핀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이단아’로 불리는 마글린 교수가 유명해진 건 2011년 월가 점령 시위 당시. 그해 11월 하버드 점령 시위의 일환으로 맨큐 교수의 경제학 원론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강의실을 뛰쳐나가 마글린에게 ‘강의실 밖 강의’를 요청, 12월7일 ‘새로운 경제학’이란 제목의 공개강의를 선보이면서다.

당시 강의의 핵심내용과 메시지가 실린 이 책의 부제는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는가’이다. 경제학처럼 생각한다는 말은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마글린은 시장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그 결과, 수명 연장, 건강 증진, 고통 완화, 육체노동 감소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경제개발과 시장논리에 기반을 둔 사회의 부정적 측면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심, 경험보다 합리성, 무한한 욕구를 절대시하는 시장 중심적 주류경제학의 가정이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여러 공동체를 파괴해왔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심, 욕구 등은 전근대 사회에선 악덕으로 여겨지던 것이지만 근대 이후 미덕으로 바뀌게 된다.

경제학의 활약은 여기서 시작된다. 경제학은 뭐든 수치화하면서, 계산할 수 있는 것 뿐 아니라 계산할 수 없는 것도 셈하면서 효율성을 따져나간다. 이런 식으로 아프리카 주민의 인명 가치는 미국인보다 더 낮다는 계산도 도출이 가능하다. 이런 기준에 따라 경제학자가 미국 폐기물을 케냐로 수출하는 교역을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애초 시장은 공동체의 규율과 통제에 복종했지만 시장이 자기조정 시스템으로 움직이면서 공동체 소멸을 추동하는데, 경제학은 바로 그 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시장논리를 기반으로 세상을 구축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공동체를 지켜야 할까. 저자는 공동체는 삶에 형태와 향기를 더하는 인간관계를 통해 사람을 연결하고 결속한다며, 바로 ‘사회적 접착제’로서의 기능이야말로 공동체의 차별적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공동체는 구성원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헌신을 필요로 한다. 때로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결정은 이익 극대화의 언어로 이해할 수 없다.”

책이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공동체와 인류의 오랜 덕목의 회복 등 새로운 경제학 논의의 필요성은 코로나 시대, 오히려 시의성이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공동체 경제학/스티븐 A. 마글린 지음, 윤태경 옮김/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