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재산권 침해에 주택시장 위축”…분석원 우려가 퍼진다
개인 계좌 금융정보 조회 가능
무소불위 기본권 침해 가능성도
광범위한 대상에 불법기준 모호
중복규제 비효율…해외전례 없어
정부가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상시 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 설치를 공식화하면서, 시장에서는 지나친 감시에 따른 시장 위축과 개인의 기본권·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

정부가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상시 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 설치를 공식화하면서, 시장에서는 지나친 감시에 따른 시장 위축과 개인의 기본권·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석원에 영장 없이도 개인의 계좌 정보 등을 조회하는 권한을 부여해 금융거래를 비롯해 세금 등 모든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만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입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대상 기준에 대한 합의가 없는 등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감시기구 신설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계좌·금융거래 조회 가능…개인정보 침해 우려=분석원은 실거래조사와 불법행위 단속, 정보 분석 등으로 이상 거래를 파악해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담당 기관으로 사건을 넘기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분석원의 구체적인 조직·인력 규모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모델로 하는 분석원은 앞으로 금감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1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FIU는 자금세탁, 외환거래를 통한 탈세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 정원은 약 80명 수준이다.

정부는 개인금융·과세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의 전세를 얻어주는 행위도 분석원이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달 안에 입법을 추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이미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단속을 위한 정부의 자료 요청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 초안에는 국토부가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관계 기관에 조사 대상자의 금융거래·보험·신용 정보 등 개인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이를 활용해 과도하게 개인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과세정보 조회는 위법 행위 조사에 한해서만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 광범위해지는 조사 대상…불법행위 기준 모호=부동산거래분석원은 현재 국토부 산하에서 활동하는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개편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대응반은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바탕으로 9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 거래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이상 과열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상시 감시 조직으로 개편되면 권한과 인력이 강화되면서 규제지역의 주택 거래는 모두 정부의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서울 전 지역 등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거래가와 상관없이 모든 주택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법령 개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뿌리 뽑으려는 불법행위, 이상거래가 무엇인 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현재 그 수준이 얼마나 ‘위험’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파악된 바 없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엇을 이상거래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조직을 만들고 모든 거래를 다 들여다보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며 “정상적인 거래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비효율 초래하는 중복 규제…해외선 전례 없어=전문가들은 이미 국세청 등 부동산 거래를 감독하는 다양한 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조직이 추가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여러 기관이 중복된 일을 맡게 되면 업무 분담을 두고 충돌이 발생하는 등 비효율만 초래할 수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검찰과 국세청, 금감원 등 다양한 감독 기구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감독 기구를 만들어 국민의 모든 경제 행위를 감시하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감시하는 전담기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 국토부가 해외 사례로 제시한 미국 캘리포니아 부동산국, 영국 경쟁시장국(CMA) 등의 실상은 달랐다.

캘리포니아 부동산국은 부동산중개인 면허 발급 등 부동산서비스업에 대한 규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영국 CMA는 기업의 공정거래를 감독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데, 다양한 소비자 보호 업무 중 하나로 중개 수수료 담합 문제 등을 다룬다. 이들 기관은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민간 거래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일각에서 주요 사례로 언급하는 싱가포르 주택관리청은 주택 공급·거래 업무를 담당하지만, 주택의 80% 이상이 국유화돼 민간 거래를 감독하진 않는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연방정부의 공적 지원을 받는 주택기관의 재무건전성을 감독하기 위해 설립됐다. 주택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업무도 수행하지만, 이 역시 주택기관의 재무상태를 관리하는 데 쓰인다.

실효성도 지적을 받고 있다. 위법 사례를 검찰, 국세청, 지자체 등으로 이관을 하면서 사실상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응반이 지난 2월부터 지난 7월까지 6개월간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중 가운데 55건이 혐의 없음으로 밝혀졌다. 불법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6건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절반인 3건만 처벌이 이뤄졌다. 민상식·양영경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