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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후 몇 년간 흘러나올 노래”…BTS ‘다이너마이트’는 어떻게 미국 대중을 홀렸나
2020 MTV 비디오 뮤직어워드에서 베스트 팝, 베스트K팝, 베스트안무, 베스트 그룹 등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침에 일어나 신발 신고 우유 한 잔, 이제 시작해볼까. 킹콩 드럼을 연주해 구르는 돌처럼”

방탄소년단의 메인 보컬 정국이 포문을 여는 ‘다이너마이트’의 가사 한 줄에 미국 낙농업계와 우유 유통업계가 움직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의 부진을 딛고 서기 위해 6년 만에 부활한 미국 우유소비촉진 캠페인 ‘갓 밀크(Got Milk)’는 트위터를 통해 정국이 우유를 마시는 뮤직비디오 속 장면을 캡처해 올리며 “정국처럼 우유 한 잔으로 하루를 열자”고 했다. ‘다이너마이트’가 공개된 직후였다.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돌파한 화력답게 이번 곡이 평범한 미국 대중에게까지 다가갔다는 의미다.

‘다이너마이트’는 한국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며 전 세계 1위 음악시장이자 소위 ‘주류’로 부르는 영미 팝 음악 시장에서 보란듯이 성공을 거뒀다. 빌보드의 또 다른 메인 차트로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빌보드 200’과 달리 ‘핫 100’ 차트는 보다 대중적인 인기의 척도다.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헤럴드 CUT | K팝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미디어데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더 RM은 지난 2일 빌보드 ‘핫 100’ 1위 소감을 밝히는 글로벌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핫 100’ 1위가 팬덤이 움직여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미국 대중에게 얼마나 다가갔는지, 팬덤과 대중 사이의 경계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가 꾸준히 두드려온 지점이 있었다. 그건 음악일 때도 있고, 춤일 때도 있고, 무대 뒤의 모습일 때도 있었다”며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대중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음악과 퍼포먼스가 가진 힘, 비즈니스적인 부분, 미디어 등 대외적인 부분, 영어 곡이라는 언어적인 부분, 거시적인 메시지 없이 흥얼거리기 쉽다는 점, 이 모든 것이 모여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RM의 이야기처럼 ‘다이너마이트’의 성공에는 방탄소년단이 영어로 전곡을 소화했다는 점이 최우선으로 거론되지만,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들이 모였다.

먼저 장르의 특성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3년 사이 영미 팝 시장에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은 1970년대 후반~1980년대의 디스코 팝을 소환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 대중음악의 레트로는 1990년대 음악이지만, 영미의 레트로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중반의 디스코와 뉴웨이브 흐름을 이야기한다”라며 “방탄소년단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들에게 익숙한 디스코 리바이벌을 들고 나오며 친숙하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사이 팝 음악 시장은 두아 리파의 ‘돈 스타트 나우’나 도자 캣의 ‘세이 소’를 비롯해 레이디 가가, 위켄드 등이 가장 ‘핫’한 디스코 팝을 선보여며 흐름을 주도했다. ‘다이너마이트’ 역시 기존 빅히트 프로듀서 군단이 아닌 미국 보이밴드 조나스 브러더스의 곡을 만든 뮤지션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가 작사·작곡하며 최신 영미 음악 경향에 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경쾌하고 세련된 ‘방탄소년단표 디스코’는 미국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를 가사로 녹이고, 전설의 팝스타와 시대의 영웅들을 소환한 뮤직비디오로 보고 듣고 따라부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더했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 캡처 화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정 평론가는 “이번 노래에 등장하는 킹콩, 롤링스톤, 농구 선수 르브론 등 영미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를 가지고 접근, 완벽하게 히트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마찬가지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존경)한 안무가 ‘K팝 황제’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마이클 잭슨의 조카인 타지 잭슨은 트위터를 통해 “BTS의 대단하고도 멋진 ‘다이너마이트’ 신곡과 뮤직비디오에 완전히 매료됐다“며 ”마이클 잭슨을 연상케하는 많은 춤을 선보였고, 정말 놀라움 그 자체”라고 글을 올렸을 정도다. 또 뮤직비디오 속 정국의 방에 붙은 비틀스, 퀸, 데이빗 보위, ACDC 포스터, RM의 뒤로 등장한 건스앤로지스, 웸 포스터 등이 시간여행을 하는 듯 전설의 뮤지션을 소환해 보다 보편적인 대중의 정서를 저격했다.

팝계 경향을 함께 하면서도, 시대를 위로하는 방탄소년단의 기조와 K팝의 건강한 정서를 잃지 않은 것도 흥행 요인이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를 공개하며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때에 한 사람이라도 힘을 내고 활력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곡이라 했다. ‘다이너마이트’는 이전 곡들처럼 거시적이고 진중한메시지를 담은 것은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이 꾸준히 시도한 동시대를 향한 소통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표현된 ‘힐링송’이다. 약물, 섹스, 술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 가사가 난무하는 미국 팝음악과 달리 건전하고 건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K팝을 향한 해외 팬들의 기대에도 어긋나지 않는 행보다. 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처음부터 미국 진출을 의도했던 것이 아니라 영미 팬들이 생겨나면서 현지로 진출하게 된 팀인데, 지금까지 현지 팬들을 위한 곡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엔 영미 대중에 친숙한 소재와 장르, 트렌드를 소화하며 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맞춤형 제작곡을 선보였다”고 봤다.

팝계의 최신 트렌드를 관통한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도 ‘장기 집권’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빌보드의 필진 제이슨 립슈츠는 “귀에 감기는 노래와 강력한 변화”라며 “아미(방탄소년단 팬)의 힘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올해가 갈 때까지 흥얼거릴 것”이라고 했고, 앤드루 운터버거는 “앞으로 몇 년은 수많은 결혼식이고 성찬식에서 흘러나와서 이를테면 우리 고모나 삼촌도 알만한 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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