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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엔 인구!…세계사가 보여주는 불변의 데이터
1800년대 英 위생·영양 수준 향상
19세기 인구폭발로 ‘대영제국’건립
인구 못늘린 스페인 중남미 지배 실패
1950년대 美 이민정책으로 패권국 도약
중국 ‘한자녀 정책’ 실패…성장률 둔화
소비증가·시장확대 이끄는 ‘결정적 요소’
“물론 크나큰 기술력 우위가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맥심 기관총이든 원자폭탄이든 적군도 최첨단 무기를 어김없이 채택할 것이므로 기술 우위를 무한정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인구가 관건인 셈이다.”(‘인구의 힘’에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20세기 미국의 패권’‘일본의 잃어버린 20년’‘아랍의 봄’….

이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세계적인 인구학자 폴 몰란드는 한마디로, 이들 역사적 흐름 뒤엔 인구물결이 있다고 말한다.

19세기 인구폭발이 없었다면 영국은 호주를 비롯,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세울 수 없었을 테고, 영어의 통용도 불가능했을 거란 얘기다. 또한 1950년대 미국이 이민자를 해마다 수백만명 씩 끌어들여 인구를 2배로 늘리지 못했다면 중국에게 잠식됐을지도 모르며, 일본이 반세기 넘게 출생률 감소가 없었다면 25년씩이나 장기침체를 겪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도 인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몰란드의 설명이다. 2016년 미 대선에서 스스로를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이라 밝힌 미국 유권자는 71%를 자치했다. 백인 유권자 중 58%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몰란드는 ‘인구의 힘’(미래의창)에서 세계역사상 유례없는 인구폭발이 일어난 200년의 역사와 세계 패권의 움직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세계 인구가 10억 명에 도달하기까지는 인류 여명기에서 19세기 초까지 수십만 년이 걸렸지만 그로부터 70억 명에 도달하는 데까지는 불과 20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인구대폭발의 시점으로 1800년 영국을 지목한다. 이 시기 인구성장은 빠른 속도와 이후 장기적 추세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혁명적’으로 불린다. 인구성장이 영국에서 시작된 데는 무엇보다 위생과 영양 수준의 향상이 꼽힌다. 1811~1825년 영국의 자연 인구성장률은 1.7%를 웃돌았다. 인구성장률이 1.33%에 이르면 인구가 대략 50년에 걸쳐 2배로 늘어나고, 그 다음 50년 동안에도 2배 더 증가한다. 이런 일이 19세기를 거치는 동안 영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영국이 제국을 확장시킬 수 있었던 데는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한 데 있다. 여기에는 바로 풍부한 노동력이 한몫했다. 인구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지 않았다면 생산양식의 발전, 혁신기술만으로 영국이 세계 최초의 산업 강대국으로 변신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시 무역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인구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많아지고 소비자도 증가해 시장이 확대되면서 공급과 수요 양쪽 측면에 모두 작용, 경제를 성장시키게 된다.

스페인은 중남미에 제국을 건설하고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었는데, 인구부족이 이유로 꼽힌다. 폭발적 인구 성장으로 수백만 명을 식민지에 보낼 수 있었던 영국과 달리 스페인은 인구를 늘리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미국이 경쟁상대인 프랑스와 스페인 제국을 제칠 수 있었던 데는 인구가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했다.

미국 인구는 1820년대 1000만명에서 국토가 확장됨에 따라 1850년대엔 2300만명, 1900년에는 영국의 인구를 크게 앞선 7600만명에 이르게 된다. 미국이 1848년 이후 멕시코 총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멕시코 북부를 손에 쥘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인구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19세기 초 영국과 상대가 되지 않았던 독일이 20세기 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 정치, 산업, 경제, 군사의 도전자로 떠오른 배경에도 인구요소는 빠지지 않는다.1800년에 2500만 명이었던 인구가 1870년까지 4000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1913년에는 6700만명에 달했다. 영국에 불어닥쳤던 산업화는 영국과 비슷한 장점이 많았던 독일에도 불어닥쳤다. 1880년에 독일의 제조업 규모는 영국의 3분의1이었지만 1913년에는 영국을 추월했다.

영국은 독일을 잠재적인 경쟁자로 여겼는데 경제 역동성이나 국제 무역 확대, 식민지 건설과 해군 증강 뿐 아니라 인구 성장 때문이기도 했다. 인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독일은 영국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세계 지배는 영토 측면이든 경제 측면이든 인구 폭발이라는 기반이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구는 국가와 대륙 사이에도 뚜렷한 명암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50년에 유럽 인구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인구보다 2~3배 많았는데, 2100년에 이르면 아프리카 인구가 유럽 인구의 6~7배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150년 전 일본의 인구는 나이지리아보다 2배 더 많았지만 현재는 나이지리아가 2배 더 많다. 이 정도 규모의 인구 변화는 전략지정학에서 거시경제학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발생하는 모든 수요를 뒤바꿔놓는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이해를 넘어 미래와 연결된다.

저자는 일본과 중국의 인구변화도 살펴나가는데, 중국의 경우, ‘한 자녀 정책’을 실책으로 꼽는다. 중국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노동연령인구는 이미 감소세로 돌아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 반면 인도는 2020년대 중반엔 중국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인구는 근현대 이후 정치가 점점 민족적 성격을 띠면서 과거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민족구성원 간의 상대적인 구성원 숫자가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구가 역사를 결정짓는 전부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저자가 데이터로 꼼꼼하게 보여주는 인구의 힘은 경제에 한정하더라도 수적 우세는 언제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인구의 힘/폴 몰란드 지음, 서정아 옮김/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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