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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임모빌리티(immobility)의 그림자

최근 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은 각국 지사에 출근 인원을 20%로 제한했다. 이 기업 일본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2000여명이다. 20% 규정에 따라 400명 정도만 회사로 나오면 된다. 하지만 실제 출근하는 직원은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부분의 직원은 재택근무를 선택했다. 회사는 출근하는 직원에게 택시비를 지원하지만,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비싼 택시요금이 아니다. 이동 중 행여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접촉이 비교적 적은 택시 이용도 꺼리는데 대중교통은 물론 각종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크다. 당장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재택근무 자체도 모빌리티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본만 재택근무로 업무환경이 급변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구글은 직원들의 자발적 재택근무를 2021년 6월까지 공식 연장했다. 아마존과 애플도 재택근무를 내년 1월까지라고 발표했지만 구글처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은 전체의 절반 정도 인력을 2030년까지 원격 근무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인터넷·게임 기업도 재택근무와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R&D 인력 300명 대상 ‘주3일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집과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두고 이동을 대폭 줄인 ‘거점오피스’를 도입 중이다.

재택근무가 ‘대세’가 되면 일상 이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출퇴근 자체가 사라진다. 이동의 필요성이 급격히 줄 경우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수요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각 분야를 파고드는 언택트(비대면)도 모빌리티에 악재다. 현재 박물관, 공연장 등 물리적 장소에 직접 가지 않고 안방에서 각종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5세대(G) 기반으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의 기술이 적용돼 더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대규모 K팝 팬미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외 대학들은 온라인강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점점 더 학생들은 학교로 이동하지 않고도 집에서 대학 수업을 듣게 된다.

1980년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원격회의가 가능한 장치가 있으면 재택근무 가능성은 크게 확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장 곳곳에서 산업화를 일구던 시절이었다. 토플러의 예언이 적중하듯 40년이 지난 지금 재택근무는 실제 확장되고 있다. 모두가 일터로 나갈 때 재택근무 가능성이 제기된 것처럼, 모빌리티 산업이 피어나는 현재 정반대 전망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모빌리티(이동성)의 반대인 임모빌리티(immobility·부동성)다. 실제 곳곳에서 이동을 최소화한 산업과 시장으로 수요가 전환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인 승차공유 업체 우버는 지난 5월까지 총 6700여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올 1분기 적자 규모는 29억4000만달러(약 3조5092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 모빌리티가 외면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축으로 통하던 모빌리티 한편에서 ‘임모빌리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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