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쌀 ‘들러리’서 독립…보리 ‘생명력’ 한가득
국산 ‘검정보리 음료’ 美 시장 진출
‘샐러드 속 보리’ 젊은층에 인기
카페인 90% 줄인 커피로 개발도
혈당 농도 조절 ‘베타글루칸’ 풍부
글로벌 웰빙 식품으로 재조명
동원홈푸드 샐러드카페‘크리스피 프레시’의 ‘연어플레이트’와 ‘슈퍼그레인’ 메뉴에 사용된 보리 [크리스피 프레시]
흑누리를 활용한 디카페인커피 [농촌진흥청]
.테이크투푸드(Take Two Foods)사가 출시한 식물성 음료‘보리 밀크’[Take Two Foods 홈페이지]
찰보리를 활용한 하쿠바쿠 식품
고창표 블랙보리 음료인 하이트진로 ‘블랙보리’ [고창군청]

쌀과 밀보다 1000년 이상 먼저 재배되면서 인류 주식으로 이용됐다. 그러나 20세기 후에는 이들에게 떠밀려 어느덧 ‘잡곡 중 하나’로 존재감이 떨어진 곡물. 바로 보리이다.

한 때는 우리나라 식량부족을 해결해 준 고마운 곡물이었지만 지난 2003년 이후 소비가 급격하게 줄었으며, 이름부터 만만치 않은 해외 ‘슈퍼곡물’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보리는 가끔씩만 마주치는 곡물이 돼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쌀밥의 보조 역할을 그만두고 다양한 변신을 시도중이다. 식물성 음료나 샐러드 재료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성인병과 관련된 기능성이 인정을 받으면서 건강식이나 편의식품 등으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국산 보리도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식물성 우유’ 대열에 진입한 보리, 국산 ‘검정보리’ 음료는 美 대형마트 진출=경쟁이 치열한 식물성 우유 시장에 보리도 한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 3월 테이크투푸드(Take Two Foods)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보리 밀크’는 단백질과 섬유질, 칼슘이 풍부한 식물성 우유이다. 이 제품은 맥주 양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보리를 활용했다. 사라 최고경영자는 “우리의 목표는 지구 자원을 보호하면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식물성 식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산보리도 구수한 음료로 모습을 바꾼후 거대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농촌진흥청이 세계 최초로 육종에 성공한 ‘검정보리’는 하이트진로의 ‘블랙보리’ 음료에 사용되면서 지난달부터 미국 유기농식품 전문 유통기업인 ‘트레이더조’ 에 입점했다. 국내 음료기업의 제품이 미국 메이저 유통업체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트레이더조는 제품 심사가 엄격하기 때문에 입점 제품들은 여타 글로벌 유통체인에도 입점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부터는 수출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젊은 감성’으로 변신한 보리, 샐러드 메뉴· 디카페인 커피에 활용=활용도를 높이려면 음료등의 형태 변화를 넘어 새로운 맛도 필요하다. 샐러드 속 보리 활용이 대표적이다. 최근 샐러드 카페나 트렌디한 레스토랑에서는 보리를 젊은층이 선호하는 소스에 버무려 샐러드 메뉴로 활용하고 있다. 동원홈푸드 샐러드카페인 ‘크리스피 프레시’에서도 바질페스토의 초록빛에 물든 보리가 전통 보리와는 다른 색감과 이국적인 맛으로 등장한다. 상품기획자는 “저칼로리인 보리는 혈당을 낮추는 효과도 있어 샐러드메뉴의 건강식 콘셉트와 잘 맞았다”라며 “보리만 먹어도 맛있게 먹을수 있도록 바질페스토 소스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커피 분야까지 넘봤다. 농촌진흥청은 디카페인 원두의 일정 비율을 ‘흑누리’로 대체한 디카페인 보리커피를 개발했다. ‘흑누리 커피’는 커피 맛은 유지하면서도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일본에선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일본에서는 찰보리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찰보리의 건강 및 다이어트 효과가 알려지면서 지난 2016년부터 찰보리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의 수출량도 늘어났다. aT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보리의 일본 수출량은 94.6톤(t)이었으나, 2017년에는 237.4톤으로 급증했다. 한국산 찰보리 판매는 2018년 온라인쇼핑몰 라쿠텐 판매 품목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aT 오사카지사 관계자에 따르면 찰보리와 찰보리 즉석밥 상품을 ‘장 건강과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이라고 표시한 기능성표시식품의 출시가 이어졌으며, 시리얼과 면류, 빵, 주먹밥 등 찰보리 활용 상품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보리가 식욕저하와 성인병 예방을 돕는다는 해외 연구들도 나왔다. 스웨덴 룬드대학 안네 닐손 부교수는 “피험자들에게 보리 피층으로 만든 빵을 제공한 연구(2016) 결과, 식욕 조절과 만성 염증 감소에 중요한 장내 호르몬들의 수치가 증가했다”며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샐러드와 수프, 스튜 등을 섭취할 때 보리를 곁들이고, 쌀이나 감자를 대체하는 식품으로 다양하게 소비할 것을 기대했다.

베타글루칸에 주목=사실 보리는 겨우내 찬바람을 이겨내고 푸릇하게 돋아나는 생명력 안에 영양소를 가득 담은 곡물이다. 단백질과 셀레늄이 쌀이나 귀리보다 많지만 가장 주목할 영양소는 식이섬유의 일종인 베타글루칸이다. 이는 혈당 농도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며, 공복감을 지연하기도 한다.

국내 보리품종 개발 권위자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이미자 박사는 “보리는 베타글루칸, 토콜등과 같은 기능성분이 들어있어 글로벌 웰빙 식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다양한 품종 개발로 빵이나 국수, 커피, 음료, 고기패티, 과자, 주류, 장류 등의 가공식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이 박사는 “국산 보리의 재배 및 생산기술은 최고 수준이며, 기능성 식품 원료의 활용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육성연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