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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입 연 민족문제연구소 "백선엽, 국립묘지 자격 없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서훈 안보실장, 김유근 안보실 1차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과 함께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고 백선엽 육군 대장을 친일파로 규정한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가 13일 "백선엽은 국립묘지에 묻힐 자격이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백 장군의 국립묘지 안장에 대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친일·반민족 행위자에 대한 최고 권위의 연구소가 입장을 발표해 논란이 종결될지 주목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백선엽은 국립묘지에 묻힐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국민적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소모적 논쟁을 그만 두고 정치권은 즉각 "국립묘지에 묻힌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이장을 위한 국립묘지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육군은 7월 10일 사망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장례를 육군장으로 치른다고 공표하고 모든 예하 부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백 장군님의 군인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를 만들어가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방부와 육군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면서 군 지도부의 역사인식과 개혁의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연구소는 "두루 알고 있듯이 백선엽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고, 여야 합의로 제정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선정한 1006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상식으로나 사회 통념상으로나 반민족행위자가 국립묘지에 묻힐 수는 없다"며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가가 규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립묘지에 묻히게 되는 대단히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국립묘지법에 명시된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정부가 스스로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 국군의 정통성이 독립군에 있음을 강조해 왔다"며 "그러나 정작 국방부와 육군은 이러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행태를 되풀이해왔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올해가 한국광복군 창설 80주년이지만 국방부 차원에서 기념사업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지난 6월 1일 한국광복군동지회 주관으로 서울 현충원에서 열린 ‘한국광복군 창군 80주년 및 광복군 추모제전’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령을 보내 추모사를 대독하게 한 것은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는 한국광복군을 대하는 국방부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이어 "한국광복군 홀대와 백선엽에 대한 과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국방부 맞은편에 위치한 전쟁기념관 434호실, 한국광복군동지회 사무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는데 반해 백선엽은 같은 건물에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문위원장’이라는 위인설관의 자격으로 오랫동안 개인 사무실과 관용차까지 제공받아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백선엽이 묻힐 곳은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4묘역 바로 옆의 장군 제2묘역"이라며 "일제와 맞서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가 죽어서 친일반민족행위자와 동거해야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연구소는 백 장군에 대한 '6.25전쟁영웅'이라는 헌사에 대해서도 "당시의 행적과 전공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 현실을 도외시한 성급한 처사"라면서 "국방부와 육군의 과공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논란이 충분히 예견되고 또 당사자의 명예나 장래를 위해서도 개인 묘지를 권유하는 조언이 적지 않았을 터인데 굳이 국립묘지를 고집해 분란을 야기하는 유족들의 선택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에 대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백 장군을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밝혔다. 대전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대한민국 육군협회도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 백 장군이 전우 곁인 서울현충원에서 영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의당과 독립운동가 선양단체 등은 백 장군이 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며 친일·반민족인사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역시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규정된 고 백선엽씨에게 믿기 힘든 국가 의전이 제공되고 있다”면서 “이 조선인 일본군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친일 행적에 대해 사죄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비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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