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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혹한 가업승계…백년기업 걸림돌
영업익 160억 알짜 중기 대표
“세부담 회사 물려주기 힘들어”
경영대 나온 아들 “차라리 창업”
50년 이상 명문 장수기업들
‘높은 규제의 벽’에 막혀 한숨만

“세금부담 때문에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아들도 경영대학원까지 나왔지만 일찌감치 마음 접었고, 차라리 직접 창업하겠다고 합니다.”

영업이익 160억원 규모의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사 대표의 퉁명스런 토로다. 코로나시대 중소기업들의 당면 문제를 함축한 말이기도 하다.

고령화문제는 기업경영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국내 중소기업 1세대 경영인의 연령대는 6070.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업승계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코로나19로 기업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세대교체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이중의 숙제를 안게 됐다. ▶관련기사 4면

명문 장수기업들은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국가경제 기여도가 큰 ‘알짜기업’들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업력 50년 이상의 중소 장수기업은 비장수기업에 비해 영업이익이 평균 35.6배, 부가가치는 30.4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비장수기업이 105%, 장수기업이 84.3%로, 재정 건전성도 장수기업이 우수했다.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알짜 장수기업의 육성과 유지는 더욱 절실해졌다. 그러나 ‘철벽’ 수준의 가업승계 규제는 장수기업들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평균 50%. 여기에 주식 증여분에 따라 세율이 가산돼 최고 65%까지 높아지기도 한다. 정부는 가업승계 시 중소기업의 세부담을 줄인다며 공제제도를 두고 있지만 활용은 저조하다. 지난해 5월 국회 입법조사처의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현황과 향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가업상속 공제건수는 2015년 67건, 2016년 76건, 2017년 91건, 2018년 103건이었다.

독일에서는 가업상속 공제제도 연평균 이용이 1만7000건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의 가업상속 공제 이용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가업상속 공제제도의 요건이 까다로워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공제를 받으려면 상속을 받은 자녀가 10년 이상 계속 경영을 해야 하고, 근로자 수·업종 유지 등 ‘사후관리’ 기간도 7년이나 된다. OECD 국가 중 사후관리 요건이 가장 촘촘하다.

이는 ‘장수기업 천국’인 일본이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8년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과 반대의 행보다. 일본은 2017년 경제산업성이 ‘2025년까지 127만개의 기업이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전체기업의 30%가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승계 과정의 상속·증여세를 대폭 감면하기로 했다. 손자세대까지 기업을 상속하면 세금을 전부 면제해준다. 상속·증여 후 5년간 고용을 80% 유지하는 등의 사후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고령화와 후계자 부담은 한국도 일본에 비견될 만하다. 국내 중소법인기업 CEO의 27%는 연령대가 60대 이상. 이 중 CEO 연령이 70대 이상인 업체는 지난해 1만개가 넘어설 정도로 세대교체가 절박한 시기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것도 가업상속의 걸림돌을 제거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높였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제난 극복과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 과정의 세제상 지원을 통해 견실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과 존속, 히든챔피언 탄생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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